[투잡시대 온다] ③고용의 질적 저하와 프리랜서 보호는 숙제

입력 2021.02.16 06:00

일본은 2018년 OECD 1인당 노동생산성 지수에서 한국에 뒤쳐졌다. 개인의 능력보다 연공서열을 앞세운 결과 업무효율성이 떨어진 결과물이다. 일본은 최근 부업 활성화로 업무효율을 높인다. 우수 인재 공유를 통한 효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후 여기저거시 투잡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IT조선은 초고령화 사회에 맞닥뜨린 일본의 투잡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갈수록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시리즈로 심도깊게 분석한다. [편집자주]

일본은 부업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노동자들의 보호는 숙제다. 일본 정부는 월평균 80시간 이내에서 부업을 하도록 권고했으며, 과로사에 따른 안전 조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정부가 마련한 노동법 보호 대상에서 빠진다. 일부 기업은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다. 고용의 질적 저하 등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수익감소로 일본 부업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엔재팬이 2020년 10월 발표한 ‘부업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부업을 찾고 있는 직장인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49%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업에 대한 의욕이 높아졌다고 답한 사람은 과반수를 넘어선 53%로 나타났다.

그간 부업에 소극적이던 일본 대기업들도 직원들의 부업활동을 인정하고 나섰다. 2020년 미쓰비시·야마하·다이하츠·미쓰이스미토모·SMBC 등 대기업은 직원들의 부업을 인정했고, 야후재팬·미쓰비시지쇼·라이온의 경우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대규모 부업 인재 모집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정책은 일본 대기업이 부업을 인정하게 된 배경에 한 몫 했다. 후생노동성은 2018년 1월 부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기존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자가 근무시간 외 다른 회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부가 직접 직장인의 부업과 겸업을 적극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 야후재팬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용의 질적 저하’와 ‘장시간 노동'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미조우에 노리후미 기업인사부문 저널리스트는 "부업으로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면 과로사 등 노동자의 건강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부업 근무처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부업 근무자의 건강·안전을 지키는 법제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프리랜서 등 기업과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는 노동자 보호법에서 제외되는 등 구멍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9월 경제동우회 등 현지 경영자 단체의 의견을 수립해 부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업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해 시간외 노동시간을 ‘월평균 80시간 이내'로 규정했다. 개정된 일본 노동법 38조1항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의 본업과 부업을 포함해 노동시간 상한선을 지켜야 하며,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본업·부업 근무처 중 한 곳이 잔업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노동자의 부업 근무처 노동시간까지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정부는 노동자가 직접 노동시간 합산치를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부업 노동자는 자신이 어느 기업에서 부업을 하고 있는지 본업 근무처에 알려야 한다.

문제는 노동자 본인이 부업 노동시간을 신고하지 않으면 기업과 정부가 이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즉 부업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 노동시간을 신고하지 말 것을 강요하면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후생노동성은 부업 노동자의 자진 신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직원의 부업으로 인한 노동시간 초과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을 일일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부업으로 인한 과로사도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했다. 이 경우 시간외 노동시간이 월 100시간을 초과했거나 월평균 노동시간이 80시간을 넘어서야만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뇌·심장질환·정신장애 등 질병을 얻었고, 이에 대한 원인을 따지기 힘들 때는 본업과 부업 근무처가 함께 산재를 인정하고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개정법안은 시간외 노동 문제를 본업과 부업 노동시간 합계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과로사 등 산재가 발생할 경우 본업·부업 근무처가 합산해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 형태의 ‘프리랜서’ 들에 대한 보호는 한계로 지적된다. 후생노동성의 부업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지, 프리랜서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부업 인재를 모집한 야후재팬과 라이온 등의 기업 역시 ‘업무위탁 계약' 즉 프리랜서 방식으로 노동자를 모집했다. 이들 대기업이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것은 정부의 최저임금 규제와 각종 보험료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 노동기준국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업무위탁 계약으로 부업 노동자를 모집하는 곳이 있다"며 "업무위탁 계약에 따른 부업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정부가 나서서 부업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이하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악질적인 기업을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프리랜서처럼 업무위탁 계약이 아닌 노동법 보호를 받는 고용계약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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