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업체들이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다. 산업계에서는 전동킥보드의 위치정보 뿐만 아니라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에 주목한다. 전동킥보드 사업으로 수집한 데이터지만, 재가공할 경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체 자체가 영세하다보니 데이터 가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해도 확산을 위한 타 업체 등과의 교섭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역 일대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 안효문 기자
서울 강남역 일대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 안효문 기자
15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퍼스널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킥세권' 정보를 활용한 제휴사업 확대에 고심한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이동정보를 분석, 기존과 다르게 형성되는 상권을 분석해 타 사업자 및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의 사업을 전개하는 데 집중한다.

주요 플랫폼 업체들이 편의점 등과 손잡고 각 지점에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을 설치하거나, 자체적으로 이용자가 몰리는 소매점 방문객에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부가 서비스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동킥보드 이전 카셰어링 및 렌터카 등에서 볼 수 있던 사업 구조다.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각 거점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손잡고 제휴할인이나 부가 서비스 등을 제공,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선 전동킥보드의 특수성에 주목한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처럼 일반 도로 위를 달리기도 하지만, 차가 접근하기 곤란한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이동한다. 여기서 나오는 주행 및 위치 정보는 사업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지역 내 이동 수요를 보다 세밀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동킥보드 동선을 유동인구들의 모세혈관으로 칭하기도 한다.

길 안내 서비스 고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라스트 마일' 길 안내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산업계에선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전동킥보드 등 이동수단을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이동 여정에서 제공 받는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 관심을 갖는다. 차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거나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접근할 때 보다 정밀한 여정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전동킥보드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동킥보드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각 업체들은 이동수단에 각종 센서 및 카메라를 장착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다양한 감지장치를 탑재한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업체도 있다. 고도화된 개인형 이동수단은 주행 중 노면 상태나 사고 발생 시 발생하는 각종 정보까지 수집, 돌발상황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로정비 등 인프라 관리를 위한 정보까지 제공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전동킥보드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되거나, 고도화된 가치창출에 연결되기 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 나온다. 우선 각 업체들은 데이터 가공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금까진 퍼스널 모빌리티 운영 자체에 회사 역량이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빅데이터 가공에 대한 기술이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지금 이 시간에도 수집되고 있지만, 이런 정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할지 곤란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라며 "데이터 처리 관련 인원을 확충하고 있지만, 단순 유동인구 분석 이상의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단계다"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에 미치지 못한 것이 데이터 활용 사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및 지자체, 대기업들과 교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업체들이 좋은 데이터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들에게 접근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도로인프라 점검이나 교통흐름 개선 등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자체에 접근했을 때 ‘일단 데이터부터 줘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담당자가 적지 않다"며 "전동킥보드 운영사 각자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업계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단체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공유 플랫폼 기업은 협회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내 PM 공유 업체들이 참여한 퍼스널모빌리티서비스협의회(SPMA) 소속사들을 중심으로 2020년 말부터 협회 설립을 논의 중이다. SPMA에는 킥고잉, 씽씽, 스윙, 빔 등 국내 유력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10곳이 가입돼 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