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성 앞세우는 전자처방전…약사단체 달래기 '안간힘'

입력 2021.02.18 0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종합병원들이 민간 업체와 손잡고 전자처방전 도입을 늘리고 있다. 약사단체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결과적으로 수수료를 비롯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약국이 떠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과 민간 업체가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약사단체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간 이해관계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한 전자처방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 포씨게이트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병원들은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명지병원 등은 모바일 앱을 통한 전자처방 시스템을, 동탄성심병원과 경북대병원은 QR코드 기반 전자처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환자 편의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활성화는 더디다. 약사단체 반발이 주요 원인이다. 약사단체는 그간 전자처방전을 두고 ▲관련 규제 미비 ▲환자 개인정보 유출 ▲병원과 특정 약국간 담합 가능성 ▲수익 사업화 ▲과도한 수수료 등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해왔다.

예컨대 대한약사회는 사설 전자처방 전달 서비스가 수익사업에 불과한 만큼,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도입이 꼭 필요하다면 민간 업체가 아닌 정부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공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 주도의 전자처방전 상용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종이처방 시스템도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정부가 전자처방전 시장에 개입하면 처방전 체계뿐 아니라 의약품 보급 시스템 자체를 모두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부터 ‘종이없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전자문서 이용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전자처방전 확산을 추진하면서 민간 업체를 과제 사업자로 선정해왔다.


‘달래기’에도 약사단체 반발 여전

정부가 병원과 약사단체 모두 만족할 만한 협의안을 들고 나오지 못하자 관련 민간 업체들은 ▲수수료 전면 무료 ▲정보 암호화 전송 ▲QR코드를 통한 범용성 등 자구책을 내놓는 등 직접 나선다.

최근 업계에서 각광받는 것은 QR코드 기반의 전자처방 전송 시스템이다. QR코드 전자처방을 활용하는 병원은 환자에게 카카오 알림톡 등으로 처방전을 전송할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등으로 QR코드를 받아볼 수 있어 범용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합병원과 QR 제공 민간 업체들은 QR코드 방식의 전자처방전이 약사단체가 그간 제기해온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며 약사단체를 달랜다. QR코드에는 환자 의료정보가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환자에게 약국 선택권을 주는 만큼 의료기관과 약국간 담합도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 만큼, 수익 사업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전자처방전 플랫폼을 통해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확인하는 새로운 산업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약사단체는 그럼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은 약국에 부담이 가지 않을 것 같은 사업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땐 병원과 나누던 처방전 수수료를 약국이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시약사회 한 관계자는 "향후 약국에서 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 업체가 지금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영원히 이 기조를 가져갈 순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활성화되면 종합병원은 전자처방에 대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 약국이 모두 부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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