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5년차를 맞았지만, 예상과 달리 수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과 공공와이파이, 알뜰폰 확대 등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경제적 효과가 별로이거나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국정과제를 담아 2017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자료의 표지 이미지 / 문화체육관광부
가계통신비 인하 국정과제를 담아 2017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자료의 표지 이미지 / 문화체육관광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교통·통신비 절감으로 국민 생활비 절감’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저소득층 등 통신비 경감'을 골자로 가계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내세웠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주요정책 내용으로는 ▲어르신(기초연금수급자) 및 저소득 층 월 1만1000원 신규 감면 ▲요금할인율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 ▲알뜰폰 경쟁력 확대 등이 있다.

이중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은 2017년 9월 15일부터 20%에서 현행 25%로 상향됐다. 하지만 나머지 과제는 5년차인 현재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효과가 미비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어르신 및 저소득층 통신비 감면, 홍보·인지부족 여전해

혜택 홍보 부족으로 인해 통신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기초연금수급자 및 저소득층 / IT조선
혜택 홍보 부족으로 인해 통신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기초연금수급자 및 저소득층 / IT조선
어르신(기초연금수급자) 및 저소득 층 월 1만1000원 신규 감면 정책은 2017년 12월 22일 시행됐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와 주거·교육급여 수급자가 월 1만1000원의 추가 감면 혜택을 받았다. 각각 최대 3만3500원과 2만1500원까지 통신비를 감면받는다. 기초연금수급자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최대 1만1000원을 할인 받았다.

전체 감면 금액은 늘었지만 정책 시행 후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수혜자 확장이 더디다. 경기도의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통신비감면 대상자 171만7000명 중 37.8%가 혜택을 누리지 못한 미감면자로 집계됐다. 일인당 월 최소 1만1000원의 통신비를 감면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2020년 한해 경기도에서만 865억7000만원이 감면되지 않고 사라졌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뒤늦게 시·군·구별로 대대적인 홍보를 나서며 빈축을 샀다.

공공 와이파이 정책, 경제성·실효성 의문

버스내 설치된 공공와이파이를 테스트하고 있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왼쪽)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버스내 설치된 공공와이파이를 테스트하고 있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왼쪽)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는 2017년 공공와이파이 정책 홍보 당시 연간 4800억원~8500억원 수준 데이터 요금 경감효과를 전망했다. 2022년까지 총 5만3000개 공공와이파이를 설비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2020년 480억원 예산을 편성했고, 2021에는 721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통해 2020년 말 전국에 설치한 ‘액세스 포인트(AP, 무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 수는 2만8170개다. 당초 AP 설치 목표량의 절반 정도인데, 실효성과 경제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공공 와이파이로 누리는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4.4메가바이트(MB) 수준에 불과하다. 통신사 모바일 데이터 쿠폰이 1MB당 15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공와이파이 제공을 통한 가치는 66원이다. 통신비 경감 효과를 말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김 의원은 "현재 와이파이 기술은 다중 이용자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동시접속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데이터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단순한 통신복지정책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가계 통신비 인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알뜰폰, 가입자수 늘었지만 반쪽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 수는 911만1285명이다. 전체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의 12.9%에 해당하는 숫자로 2017년 대비 752만2852명에서 21%쯤 늘어났다.

알뜰폰 가입자 수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반쪽 자리 성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4분기 급격한 알뜰폰 가입자 증가 이유가 정책적 성과라기 보다 애플 아이폰12 시리즈,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 출시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볼 수 있다.

5G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소비자가 자급제폰을 구입한 후 알뜰폰 업체의 LTE 서비스에 가입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알뜰폰의 출범 취지인 이통3사 중심의 시장 구도 변동도 어렵다.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1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전체 알뜰폰 시장의 68% 이상으로 추산된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 3사 자회사 중심의 알뜰폰 시장이 지속되면 추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가격 인하효과가 적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