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규모로 20조원대를 기록한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국내 e커머스 시장 ‘2강 체제'를 구축한다. 유통업계에서는 특색있는 서비스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는 e커머스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 1호 사업자로 한때 쿠팡과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펼쳤던 티켓몬스터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나온다.

18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2020년 쿠팡과 네이버 쇼핑의 상품 거래액(GMV)은 각각 22조원, 27조원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19조원 규모다. 통계청이 밝힌 2020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원이다. 쿠팡과 네이버가 국내 e커머스 시장의 30%쯤을 차지한 셈이다.

. /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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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소 10억달러(1조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쿠팡은 주주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로켓배송 등 물류 강화에 나선다.

유통업계는 쿠팡이 물류센터 확장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는 거래가 있다고 본다. 거래량은 최근 1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물류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쿠팡이 SEC에 제출한 증권거래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활성이용자수는 2019년 1179만명에서 2020년 1485만명, 인당 평균 거래액은 2019년 18만원에서 2020년 28만원, 매출액도 2019년 62억7326만달러(6조9100억원)에서 2020년 119억6733만달러(13조194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쿠팡은 증권거래신고서를 통해 당일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쇼핑은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구축된 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6월 모바일앱 기준 네이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016만명에 달한다. PC 웹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MAU는 더 높다. 쿠팡의 2020년 활성이용자수와 비교하면 2배쯤 많다.

네이버는 경쟁자 쿠팡에 비해 부족한 물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외부 풀필먼트센터를 통해 늘어나는 물류량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액 규모로 볼때 쿠팡·네이버쇼핑과 SSG닷컴 간 격차는 크다. 2020년 SSG닷컴의 연간 거래액은 4조원 규모다. SSG닷컴은 ‘신선식품'을 앞세워 쿠팡과 네이버를 상대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SSG닷컴은 일평균 13만건 배송 규모를 갖췄다. 회사는 2025년까지 38만건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쿠팡처럼 풀필먼트 물류센터 확장에 적극적이다. 용인·김포 등 3곳에 네오(NE.O)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네오는 주문에서 배송 준비까지의 전 과정 중 80%를 자동화했다. 김포 네오를 기준으로 2초 당 한 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가공 식품의 경우 40분이면 모든 배송 준비를 마칠 수 있다. 다만 물류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전국망 확장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세계가 수도권에만 풀필먼트 물류센터 3개를 설립한 이유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2강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SSG닷컴·11번가 등 업체들이 중간 순위를 두고 경쟁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티몬 등 업체가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할 경우 IPO 단계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몬은 2017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실적 악화로 무산됐다. 매출은 2019년 기준으로 1751억원이다. 티몬은 현재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유료회원제로, SSG닷컴은 신선식품,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과 라이브커머스를 무기로 쿠팡·네이버쇼핑에 맞서고 있다"며 "차별점을 갖추지 못한 e-커머스는 긴 시각으로 볼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