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별로 개성을 뽐내면서 기기 훼손을 막고자 산 무선 이어폰 케이스가 오히려 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스 제거가 쉽지 않다 보니 힘을 가하는 과정에서 기기를 훼손할 수 있는 탓이다. 케이스 제조사나 판매 업체가 케이스 제거 방법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점도 문제를 키운다.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각 무선 이어폰 제조사의 서비스 센터를 찾는 것이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삼성닷컴에서 갤럭시버즈 프로를 구매하면 제공하는 사은품. 과거 애니콜 모델 디자인의 케이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삼성닷컴에서 갤럭시버즈 프로를 구매하면 제공하는 사은품. 과거 애니콜 모델 디자인의 케이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 삼성전자 홈페이지
20일 웨어러블 업계에 따르면 무선 이어폰 수요가 많아지자 케이스 사업도 활황을 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3억대 정도다. 기기 사용이 늘면서 기기 제조사부터 케이스 전문 업체까지 여러 종류의 케이스를 선보인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1월 무선 이어폰 신제품인 갤럭시버즈 프로를 출시하면서 여러 유형의 전용 케이스를 내놨다. 과거 삼성전자 피처폰 브랜드였던 애니콜의 인기 모델 디자인을 레트로 케이스로 구현했다. 최근에는 레트로 케이스가 호응을 얻자 추가로 다른 디자인의 레트로 케이스를 내놓기도 했다.

무선 이어폰 케이스 사용자가 늘면서 실사용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기기 본체에 케이스를 씌우기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리콘 소재와 달리 하드 케이스는 딱딱해 제거가 더 힘들다. 삼성전자 갤럭시버즈 프로나 애플 에어팟 시리즈 제품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케이스 제거 과정에서 물리적인 힘을 가하면 자칫 기기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다. 케이스를 잡아 당긴 탓에 기기 본체 상·하단 접합부가 망가지면서 기능 오류가 날 수도 있다. 여러 모바일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 등에 ‘케이스가 안 빠진다’거나 ‘케이스를 제거하려다가 망가졌다'는 고민글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다.

케이스 판매 업체가 제품 판매 시 케이스 제거 방법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점도 문제를 키운다. IT조선 확인 결과 삼성전자를 포함해 애플 리셀러 매장 및 소규모 판매 업체 등은 무선 이어폰 케이스 구성품에 상품 설명서를 포함하지 않거나 설명서는 있더라도 케이스 제거 방법을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케이스 제거 방법을 물으니 삼성전자 사후지원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선 "케이스 설명서에 분리 방법을 따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케이스 제거 과정에서 파손 우려시 서비스 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애플 무선 이어폰 케이스를 판매하는 리셀러 업체 프리스비 매장 직원도 "하드 케이스 소재 자체가 빼기 힘들다"며 "따로 도울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에어팟 시리즈 케이스 제거 방법을 다룬 다수 콘텐츠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에어팟 시리즈 케이스 제거 방법을 다룬 다수 콘텐츠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제조사 조언과 달리 블로그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는 케이스를 제거하는 방법을 다룬 콘텐츠가 늘어난다. 애플 에어팟 시리즈는 기기 본체 하단에 있는 충전 단자 연결 부분을 펜이나 충전 케이블로 밀어 케이스를 분리하라는 내용이다. 갤럭시버즈 프로는 기기 상단에 있는 홈을 활용해 손톱을 밀어 넣어야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애플 제품의 사후지원을 담당하는 위니아에이드 서비스 센터 한 직원은 "직접 케이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기가 훼손될 수 있다 보니 센터를 찾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며 "케이스를 씌우는 과정에서 밀착력을 높이려 양면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는데, 이땐 케이스 제거가 더 힘들 수 있기에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