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스마트폰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은 전파법에 위배된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거래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거래 과정에서 관련 기관에 적발돼 벌금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도록 제도 홍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해외 직구 스마트폰 판매글 내용 / 중고나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해외 직구 스마트폰 판매글 내용 / 중고나라
적합성 검사 거치지 않은 직구폰 판매시 최대 3000만원 이하 벌금

21일 모바일 및 중고거래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직구로 구매한 스마트폰을 중고 제품으로 거래하는 이들의 수가 상당하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모바일 커뮤니티 등에는 해외 직구로 구매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해외 제품부터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 모델까지 기종도 다양하다.

IT조선 확인 결과 판매글을 올린 이들은 판매 제품이 직구폰임을 밝히며 각각의 사유로 기기를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심만 교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더했다. 과거 판매글을 보면 이미 거래가 완료된 건도 적지 않다.

이같은 거래 행위는 전파법상 불법에 속한다. 전파법 제58조의2는 스마트폰을 포함해 방송통신기자재의 적합성 평가를 의무화한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에 특정 단말을 팔고자 할 때는 출시 전 전파 인증 등의 다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해외 판매 스마트폰 중 국내서 적합성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면 판매가 불가하다.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예외는 있다. 소비자가 실사용 목적으로 해외 직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했을 때다. 전파법 시행령 별표 6의 2에 따르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반입하는 기자재’는 1대에 한해 적합성 평가 면제를 받는다. 해외 직구로 스마트폰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기기 적합성 인증을 받은 후 판매하면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수 시험을 거치려면 기기값을 훨씬 뛰어넘는 인증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합성 인증을 진행하는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 기능이 다양하다 보니 인증을 받으려면 기능마다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며 "전자파 시험부터 5G와 LTE, 3G 및 와이파이 시험, 블루투스 시험, 무선충전 시험 등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시험당 200만원가량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전파법 제84조 벌칙 조항. 적합성 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파법 제84조 벌칙 조항. 적합성 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팔고 보니 불법’…전파법 위법 인지 못한 소비자가 다수
과기정통부 "제도 홍보 필요하다면 진행할 것"

실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보니 직구폰을 판매하는 이들 다수는 불법인줄 모르고 거래하는 경우가 잦았다. 정확한 위법 요소를 헷갈려 하는 이들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거래 플랫폼에 직구폰 판매 글을 올렸다가 신고를 받았다는 사례가 나온다.

한 누리꾼은 "모르고 판매글을 올렸다가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전화가 와서 기관에 방문해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설명을 듣고 왔다"고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특별사법경찰 권한으로 불법 방송통신기자재를 단속하는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이다.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직구폰을 포함해 적합성 인증을 받지 않은 기자재 조사 건수는 한해 400~500건이다. 2020년엔 400건 초의 위법 건수가 발생했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전파법을 모른 사례가 다수다 보니 현직 군인이나 공무원도 신고를 받은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전파법 관련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제도 숙지 부족으로 위법 사례가 발생하는 만큼 홍보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직구폰을 판매할 때 제도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적발됐을 때 원만하게 선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제도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홍보가 필요하다면 추가로 홍보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