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업계는 전문적인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와 농업 등 분야의 전문가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AI, 자율주행 등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가 전문성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데이터라벨링(데이터가공) 업계의 각계 전문가 채용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AI 접목을 시도하는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직군의 데이터 라벨링 참여가 눈길을 끈다.

영상 분할 과정 중 일부.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 영상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여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다. / 에이모
영상 분할 과정 중 일부.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 영상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여 데이터화 하는 작업이다. / 에이모
2020년 11월 설립한 의료컨설팅기업 닥터웍스는 의료 전문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터웍스는 내과, 안과, 피부과, 산부인과, 외과, 한방 등 25개 분과에 257명의 전문의가 라벨링 인력으로 확보했다.

두터운 의료 전문가 인재 풀은 빠른 작업 속도로 이어졌다. 닥터웍스는 11만건의 데이터가 들어간 의생물학 논문 데이터 레이블링 및 검수 작업, 골절 데이터 케이스 분석 의료 및 AI 자문작업 등 기존 수개월에 걸리던 프로젝트를 4주 만에 완료했다.

이희상 닥터웍스 대표는 "의사가 스스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확보했다"며 "의료 분야 AI 접목 사례가 늘며 의사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2020년 시작한 정부의 AI 학습용데이터 사업으로 농업·어업 전문가의 참여도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농업 영상 ▲작물 질병 해충 ▲축산물 품질 및 가축행동 영상 ▲어류행동 및 개체 등 4개 부문 농·축산업 AI 데이터 12종을 조성했다.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사업은 농업이나 어업, 축산업 관련 영상과 이미지에서 특정 부분을 표시하거나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며 "업계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하기 어려운 것으로 사업 초기 업계 전문가 섭외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사업은 전문가 인재 풀도 있고, 데이터 라벨링을 경험한 전문가도 있어 더 좋은 품질의 데이터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부문도 전문가 확보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이어진다. 자율주행은 가장 어려운 데이터 라벨링 작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미지, 영상 등에서 사람과 차를 구분하는 객체 인식 작업 자체도 까다롭고, 라이다, 레이더 등 데이터 해석 능력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작업 수준에 따라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전문가 육성과 확보에 활발하다.

에이모는 2020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위한 센터를 개소했고, AI 프로젝트 이해도가 높은 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전문가 확보에 나선다.

오승택 에이모 대표는 "AI 학습 데이터 구축 기능은 플랫폼에 포함됐다"며 "까다로운 프로젝트일수록 잠깐 배워서 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재 확보 배경을 설명했다.

한 데이터 라벨링 업체 관계자는 "초기 데이터 라벨링은 단순 반복 작업 위주의 AI 데이터 가공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각계 전문가를 섭외해 고난도 AI 프로젝트를 빠르게 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직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