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콘텐츠가 변화한다. 과거에는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던 반면 이제는 다른 사람의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즐길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5G 통신 인프라 보급과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1인 미디어 플랫폼 발전에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 개발사들은 ‘보는 게임’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남이 하는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는 이들도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자) 이용자 중 71%는 유튜브나 트위치를 통해 게임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댄디에이스에서 시청자가 블랙홀 모양 장애물을 소환하는 모습 / 네오위즈
신작 댄디에이스에서 시청자가 블랙홀 모양 장애물을 소환하는 모습 / 네오위즈
네오위즈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 댄디에이스(3월 출시 예정)에 트위치 모드를 넣었다. 트위치 모드는 댄디 에이스를 라이브 스트리밍할 때 이를 시청하는 이들이 게임을 방해할 수 있는 기능이다. 게임 내 매직 미러 모드를 활성화하면 시청자가 게임의 악역 ‘렐레’가 된다. 시청자는 무작위로 적을 생성하고, 물약 사용을 차단하거나 마법 주문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BJ의 게임 플레이를 방해할 수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게임을 둘러싼 기술, 플랫폼 환경이 변화하면서 게임 콘텐츠를 접하고 즐기는 방식 또한 새롭게 변하고 있다"며 "보는 게임은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에 따른 피로도를 줄이면서도, 게임 자체는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엇게임즈 예능 ‘코치 발로란트’에서 인플루언서 ‘손오천’이 게임 노하우를 코칭하는 모습 / 발로란트 유튜브 채널
라이엇게임즈 예능 ‘코치 발로란트’에서 인플루언서 ‘손오천’이 게임 노하우를 코칭하는 모습 / 발로란트 유튜브 채널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사도 나왔다. 라이엇게임즈는 1월~2월 6회에 걸쳐 예능 프로그램 ‘코치 발로란트’를 선보였다. 코치 발로란트는 프로게이머 출신의 1인칭슈팅(FPS)게임 전문 유튜버가 초보자를 가르치는 콘텐츠다. 해당 콘텐츠는 첫 방영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조회수 210만회를 넘겼다. 방송 콘텐츠는 실게임 이용자 증가로 이어진다. 예능프로그램 공개 이후 발로란트의 PC방 점유율은 1월 18위에서 2월 15위로 3계단 상승했다.

최승철 발로란트 브랜드매니저는 "지난해 ‘코치 발로란트’, ‘에임폭발’, ‘발낳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며 "올해도 게임의 매력을 알리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재미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BJ가 참여하는 e스포츠 콘텐츠도 주목받는다. 아프리카TV는 BJ가 참여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대회 ‘멸망전’, 배틀그라운드 대회 ‘나락전’ 등을 꾸준히 개최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LoL, 스타크래프트 멸망전 누적 동시 시청자 수는 각각 15만명, 13만명에 달한다.

아프리카TV 한 관계자는 "BJ 멸망전은 BJ와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커뮤니티의 장으로, 프로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제공한다"며 "최근에는 게임 종목도 LoL, 스타, 배그 뿐 아니라 12개까지 꾸준히 늘렸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랄로’가 진행하는 모두의 마블 ‘앞광고’ 영상 중 한 장면과 이용자, 광고주 반응 / 랄로 유튜브 채널
인플루언서 ‘랄로’가 진행하는 모두의 마블 ‘앞광고’ 영상 중 한 장면과 이용자, 광고주 반응 / 랄로 유튜브 채널
넷마블은 인플루언스를 활용한 앞광고를 진행한다. 평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인플루언서 ‘랄로’, ‘파카’ 등이 모두의마블을 즐기는 내용의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90만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과거 뒷광고(광고비를 받아 동영상을 만들고는, 대가 없는 콘텐츠라고 속이는 행위)로 문제시 됐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앞광고로 대체하면서 호응을 이끌어 낸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활용 콘텐츠는 재미와 흥미를 우선한 구성 덕에 기존 게이머에 더해 일반 시청자에게도 게임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