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필요성 인지한 의·정…대립각은 여전

입력 2021.02.22 13:35

의료법 개정안 두고 의·정 갈등 고조
의협 "무관한 피해 우려…접점 찾아야"
정부 "백신 접종 차질 없도록 소통"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의사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서로 소통은 하겠다면서도 팽팽하게 맞선다. 백신 접종 사업 개시에 앞서 이들 갈등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주 ‘의협,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와 사기진작 촉구’ 관련 간담회에서의 최대집 의협 회장 모습./ 의협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다. 정부는 면허 취소 의사결정권을 국회가 갖는 만큼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는다. 의료계는 현 개정안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의·정간 이번 갈등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복지위를 통과하면서 고조됐다. 개정안은 살인·강도·성폭행 같은 강력 범죄와 교통사고 범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 면허를 취소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 영구 박탈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의료 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제외했다.

의협 "무관한 피해 우려…접점 찾자"

그간 의사 면허는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형을 받을 경우에만 취소됐다. 이번 법안은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형을 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면서 그 범위를 더 넓혔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무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함에 따라 의료인의 위법행위 방지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는 전혀 무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까지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소통의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의사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와 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 측은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는 반면 의사는 의료법에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역할로 정하고 있다"며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와 무관한 의사의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부 "국회 소관이지만 소통하겠다"

정부는 의료계의 백신 접종 참여 거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의를 이어가겠다면서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2일 오전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등과 관련해 정부와 의협이 여러 갈등이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다만 의협이 문제삼는 면허 취소 사안은 기본적으로 입법부인 국회의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이 정책관은 "의료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사안이다"라면서도 "면허 관리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지만, 소통을 통해 의료계의 참여 거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의협이 요구하는 자율징계권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정책관은 "이미 윤리적 문제에 대해 관련 협회가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에 징계를 건의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아직까지 의사면허에 대한 조치는 정부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사회적 여론이다"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료법 개정안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 면허 정지 및 취소하는 것으로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라며 "의료계 반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도 금고 이상이면 자격이 박탈된다는 점을 들며 "다른 직종과 형평성과 공정성을 감안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랜기간 숙의해 의료법 개정안에 실은 것이다"라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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