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가상 실험 분야에서 활약한다. AI가 1000도가 넘는 고온, 빠른 속도, 높은 압력 등 까다로운 조건의 실험을 수만번 수행하며 새로운 실험 도구로 주목 받는다.

한국화학연구원은 AI와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활용해 메탄을 에틸렌 등 유용한 화학원료로 바꾸는 가상 실험을 수행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논문을 작성한 화학플랫폼연구본부의 장현주, 김현우 박사팀과 화학공정연구본부 김용태 박사팀은 AI를 활용한 가상 실험으로 기존보다 수율(투입된 원료에서 최종 화학원료로 나오는 비율)을 10%이상 끌어올렸다.

화학연 논문이 실린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 뒷표지. 화학연의 연구결과는 AI와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렸고, 이를 인정받아 해외 저널에 실렸다. /화학연
화학연 논문이 실린 Reaction Chemistry & Engineering 저널 뒷표지. 화학연의 연구결과는 AI와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렸고, 이를 인정받아 해외 저널에 실렸다. /화학연
학계에 따르면 연간 메탄 발생량은 9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중 7.8%만이 화학원료로 사용된다. 전 세계 연구진이 메탄 전환에 큰 관심을 두는 배경이다. 하지만 메탄 전환 과정에서 부산물이 많이 나오고, 필요한 기술 개수가 많아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번 논문을 통해 소개된 방법은 수율 13%를 달성했다. 상용화를 하는 초석을 다졌다. 2019년 김용태 박사 연구팀이 거둔 5.9% 수율보다 2배 이상 뛰어난 성과다. 학계는 상용화를 위한 수율을 25%이상으로 평가한다.

연구진은 AI 활용을 위해 사람이 직접 실험한 데이터 250개를 학습했고, AI는 온도, 속도, 압력, 반응구조 등 조건을 미세하게 조절하며 1만개가 넘는 실험 결과물을 돌출했다.

여기에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꿀벌은 꿀이 있는 지역을 탐색한 뒤, 꿀이 있을 법한 지역을 중심으로 더 조사한다. 이처럼 인공 꿀벌 군집 알고리즘도 수많은 실험 조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조건을 선택해 최종 조건을 찾아낸다.

장현주 화학데이터기반연구센터 본부장은 "공정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은 연구분야에서 250번의 실험과 AI로 높은 수율의 반응 조건을 빠르게 찾아냈다"며 "AI 기술은 다양한 화학 반응 조건을 가상에서 찾아낼 수 있어 여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