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홍일립의 국가의 딜레마

입력 2021.02.24 06:00

한 국가의 정당성은 국민의 동의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에 민주적 투표 절차를 밟지 않고 출범한 독재 정부는 정당성이 약합니다.

국민은 ‘왜 국가의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습니다. 국가와 국민은 긴장 상태를 겪습니다.

그러나 저자 홍일립의 ‘국가의 딜레마’(사무사책방)에 따르면 사실 역사상 어떤 국가도, 국민의 동의에 전제된 권력행사라는 기준을 충족시킨 적이 없습니다. 그는 오늘날 국가 정당성의 ‘척도’처럼 자리잡은 민주주의조차 마찬가지라고 일갈합니다.

저자는 국민.그리고 동의라는 관념의 비현실성에 주목하면서, 국가의 허약성에 주목합니다. 모호하고 낙관적인 국가 개념을 버리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때 더 나은 국가를 견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가의 딜레마 국가는 정당한가 / 홍일립
국가의 딜레마 5장 민주주의는 희망의 언어인가? 10줄 요약

1.민주주의는 '인민의 지배'라는 단순한 정의로 완결되지 않는다.
인민은 누구인가, 어떠한 자격을 갖춰야 인민인가 등 꼬리를 무는 질문이 뒤따른다. 인민이 인민을 지배한다면 이 같은 물음은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데서 많은 난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2.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인권 개념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고대 아테네인들은 자유와 평등 보편적인 정치적 권리나 인권 개념을 깨닫지 못했다. 아테네의 '인민의 지배'에서 '인민'은 근대의 '인민주권'에서의 '인민'과는 의미가 다른 별개의 개념이다.

3.루소는 인민이 국가의 주인인 주권자고 주권은 일반의지의 총합으로서 공공선을 추구하며 스스로 만든 법에 의해 공평하게 지배받는 사회, 그래서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그러한 이상형의 나라를 그리는 데 몰두한다.

4.그러나 루소는 곧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에 부딪혔다.

바람직한 정체로서 민주주의 이념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나라는 존재하기 어려웠다. 대의자들은 공적 과제에 사적 이익을 개입시키면서 정치를 사사화할 위험이 있었다. 루소는 인민의 의사가 선험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겼지만, 존재하는 의사를 파악할 방안엔 한계가 많았다.

5.대의제의 강력한 주창자인 밀은 대의민주주의가 최선이라고 봤다. 밀은 교육 수준이 낮은 대중의 정치적 능력을 불신했다.

6. 밀은 국가의 공적 과제를 심의하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평범한 시민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밀의 대의민주주의론에는 엘리트주의가 전제되어 있었다.

7.밀의 대의민주주의론에 전제된 엘리트주의는 미국 4대 대통령 메디슨의 ‘공화제’로 이어졌다. 메디슨은 개인은 사적인 이익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대표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편이 공익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매디슨의 '공화제'는 근대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규모의 제약, 파당의 해악, 그리고 이기적 개인과 집단적 공공선의 충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책이었다. 그는 대의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간극을 메우려고 노력했지만 정치 엘리트에 의한 권력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 또한 감추지 않았다.

8.근대 민주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구상된 대의민주주의는 대의자가 인민을 대표해서 정치 의사를 결정하는 공화주의적 심의체제다. 이들이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는 우월적 능력을 바탕으로 주권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공공선을 위한 심의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기초한 체제다.

9.그러나 대의민주주의는 서구사회의 지난 2세기 동안 이러한 이상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똑똑하면서도 도덕적 양심을 갖춘 엘리트들이 대표가 되어 공공선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리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했다. 국민의 대표들은 공적 과제를 처리하는 데서 늘 사적 이해를 개입시켰고 이성적 판단에 따라 숙의하는 정치 관행도 만들지 못했다.

10.슘페터는 인민주권이나, 공공선 같은 모호하고 낙관적인 개념을 버리고 민주주의의 현실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슘페터는 민주주의는 다만 인민이 그들을 지배할 예정인 사람들을 승인하거나 부인할 기회를 가지고 있는 정치 방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슘페터는 인민주권은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다수의 의사는 그냥 다수의 의사일 뿐 인민의 의사는 아니다. 진정한 인민의 의사가 아닌 정치가에 의해 '제조된 의사' 곧 '조작된 의사'일 뿐이다. 루소가 말하는 일반의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의지라는 개념은 현실에서 정치 과정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수 없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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