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규제를 통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그 노력이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게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게임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22일 발표했다고 23일 밝혔다.

2020년 7월 토론회에 참여한 위정현 교수의 모습 / 오시영 기자
2020년 7월 토론회에 참여한 위정현 교수의 모습 / 오시영 기자
학회는 우선 자율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율규제 참여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7개사에 불과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성명서에서 "자율규제 방식으로는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위반했다 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자율 규제 대상이 캡슐형 유료 아이템으로 한정된 탓에 일부 게임사가 유·무료 아이템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자율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분석했다.

산업계가 제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주장 또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영업 비밀인 확률 정보를 게임 업계 스스로가 자율 규제를 이유로 자발적 공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 학회장은 "공산품, 금융, 서비스업도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식품도 성분 정보에 더해 원산지까지 알 수 있다"며 "로또 등 복권도 당첨확률을 공개한다. 투명하게 제품 정보를 공개하면 이용자는 신뢰감을 얻고 상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또 게임산업은 이용자와 ‘공진화’하는 혁신모델인 만큼 이용자와 게임사의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사에 이용자가 불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표적인 것이 ‘트럭시위’다.

위 학회장은 "이용자의 지탄을 받는 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며 "아이템 확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은 이용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사회에서 ESG 경영이 주목받는 추세인데, 한국 게임 업계는 그간 ESG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이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진다면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게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문체부와 국회 문체위는 과거 ‘게임 셧다운제’나 소위 ‘4대중독법’을 대응할 때 타 부서에 정책 주도권을 넘기는 실책을 범했던 과오가 있다"며 "게임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한 단호한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