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기준 '무용론'

입력 2021.02.24 06:00 | 수정 2021.02.24 10:36

확률 공개에도 형식 이유로 ‘미준수' 분류
편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나타나
애매모호한 기준이 오히려 ‘문제' 지적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의 확률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확률을 공개한 게임이 형식을 이유로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또 변동 확률 시스템을 채택한 게임은 편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드러났다. 자율규제 실효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자율규제 미준수게임 취급을 받는 해외 게임이 오히려 국내 게임보다 투명하다는 자조석인 비판도 나온다.

브롤스타즈의 확률형 아이템 ‘메가 상자’의 모습. 등급별 확률 수치와 변동 확률의 매커니즘을 안내하고 있다. / 오시영 기자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협회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확률 기준이 애매모호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게임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국내 게임 업계는 정작 문제가 되고 이용자가 항의하는 확률형 아이템에는 입을 다물면서 엉뚱한 해외 게임을 때려잡자는 이야기를 한다"며 "우리 게임이 자율 규제를 그렇게 잘 지키고, 자신이 있다면 게임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고, 규제를 지키지 않는 해외 게임을 잡으면 될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슈퍼셀 브롤스타즈, 확률 공개에도 ‘형식’ 이유로 미준수 규정

이런 주장 이유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12일 밝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에 확률을 밝힌 게임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GSOK에 따르면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은 총 12종이다. 국가별로 중국 7개, 미국 3개, 핀란드 2개 등이다. 한국 게임은 없다. 준수율은 한국 게임이 99%인데 반해 외국 게임은 60.4%다.

이는 수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물을 살펴보면 ‘뽑기 스트레스’가 적은 공성전(AOS), 1인칭슈팅(FPS)게임이 단골로 공표된다. 해당 게임은 캐릭터(변신) 뽑기, 장비 뽑기, 강화, 조합 등이 단순하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확률 요소가 한국 게임만큼 많지 않다.

일례로 자율 규제를 누적 23회나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받은 슈퍼셀의 브롤스타즈는 브롤러(캐릭터)를 뽑을 확률을 등급별로 전부 공개한다. 그럼에도 브롤스타즈는 GSOK기준 미준수 게임물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정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시행기준’의 형식에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행기준은 등급별뿐 아니라 캐릭터별 확률까지 공개하는 형식을 따라야 한다.

브롤스타즈는 한국 게임과 달리 이용자 친화적인 변동 확률을 채택했다. 이를테면, 희귀 등급 캐릭터를 전부 뽑은 이용자가 영웅, 전설 등급 캐릭터를 뽑을 확률을 늘리는 식이다. 또한 계속 높은 등급 캐릭터를 뽑지 못했던 이용자의 ‘행운 수치’를 조정해 비교적 좋은 캐릭터를 손쉽게 뽑을 수 있다.

"규제 지킨 한국게임이 미준수 해외 게임보다 문제 많아"

반면 한국 게임은 복잡하다. 일단 자율 규제는 유료 아이템에만 지킬 것을 권고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대상은 ‘캡슐형 유료 아이템’이다. 유료 아이템과 무료 아이템이 합쳐지는 구간에서는 굳이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자율규제를 미준수한 외산 게임보다 ‘자율규제를 모범적으로 잘 지킨다’는 한국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거듭 발생하면서 이용자 불신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리니지M·2M을 포함한 한국 게임 다수가 이중 뽑기 구조를 채택해 완성품의 가격을 알 수 없게해 자율 규제 위반 의혹을 불러왔고,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아이템에 추가 확률을 부여할 때 ‘무작위’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도 옵션 별로 확률이 제각각이었던 탓에 확률 조작 논란이 일어났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 변동 확률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이용자 진척 상황에 따라 확률이 달라지므로, 확률을 공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용자나 전문가는 협회가 해외 게임의 사정 탓에 한국 게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한 게임 이용자는 "브롤스타즈는 확률을 공개한데다가 여러번 뽑기를 강요하는 시스템도 아니고 뽑기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 지장이 없다"며 "반면 한국은 2중·3중 뽑기 구조를 채택해 실제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정확한 확률 공개를 피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깨끗하다며 외국산 게임만 나무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똥 묻은 개인 한국 게임 업계가 겨 묻은 해외 게임을 나무라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은 업계에도, 이용자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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