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 격전지가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넘어 크롬북으로 확대된다. 크롬북은 구글의 크롬 OS를 기반으로 하드디스크 없이 웹브라우저로 주요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쓸 수 있는 서브 노트북이다. 기존 노트북 대비 절반 가격으로 동영상 시청과 웹 서핑, 문서 작성 등의 작업을 할 수 있으며, 특히 교육용으로 활용가치가 높아 비대면 교육 수요를 타고 출하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발표한 크롬북 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2020년 4분기 크롬북 출하량은 1120만대로 전년 동기(290만대)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디지타임스 리서치센터는 2021년 크롬북 출하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크롬북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인텔과 AMD 등 CPU 제조사가 전용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기존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 경쟁에 이어 크롬북 시장에서도 경쟁을 펼친다.

경쟁 무대를 크롬북으로 확장한 인텔(왼쪽)과 AMD 로고 / 각 사
경쟁 무대를 크롬북으로 확장한 인텔(왼쪽)과 AMD 로고 / 각 사
AMD는 2020년 9월 구글과 협업을 통해 설계한 크롬북 전용 AMD 라이젠·애슬론 3000C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젠(Zen) 아키텍처를 적용한 제품군은 최대 4코어 8스레드로 작동하며, 내장형 라데온 그래픽카드까지 탑재했다.

AMD 측은 라이젠 7 3700C 모바일 프로세서의 경우, 전작 대비 그래픽 성능은 251% 향상했고 업무 생산성 지원은 104%, 이미지 편집 작업 시 성능 지원은 152% 빨라졌다고 밝혔다.

인텔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텔은 CES 2021을 통해 펜티엄 실버 N6000 시리즈와 셀러론 N4500·N5100 시리즈 등 교육용 노트북 프로세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가장 높은 사양을 지닌 펜티엄 실버 N6005 제품은 4코어, 4스레드로 작동한다. 인텔 측은 자체 성능 비교 결과 전작에 비해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는 최대 35%, 그래픽 성능은 최대 78% 향상됐다고 밝혔다.

각 CPU 제조사가 출시한 크롬북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조달시장에서 교육용 노트북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기 위해 2020년 조달시장 진출을 선언한 에이서는 대구광역시 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 조달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전국 38개 초·중·고에 6000대 이상의 크롬북을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CES 2021에서 선보인 신작 크롬북 스핀 514의 국내 도입도 검토 중이다. 스핀 514는 AMD 라이젠 3000C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 탑재한 제품으로 1.55kg 무게를 지녔다. 최대 16GB메모리와 최대 256GB 스토리지를 탑재했고, 14인치형 IPS 터치스크린 패널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인텔 CPU를 탑재한 크롬북 신작으로 에이서의 추격을 뿌리치고자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13.3인치 터치스크린(QLED)을 적용한 ‘갤럭시 크롬북2’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탈부착할 수 있는 투인원 노트북인 갤럭시 크롬북2는 인텔 코어 i3-1011U 또는 셀러론 5205U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최대 메모리 8GB에 128GB 저장 공간을 지녔다. 무게는 1.23㎏이다.

구글도 크롬북 전성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 크롬 OS의 진화를 꾀한다. 이 기업은 오는 3월, 크롬 OS 업데이트를 통해 스크린 레코더(영상 녹화) 기능을 추가한다. 스크린 레코더 기능을 활용하면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크롬OS 자체로 영상을 녹화할 수 있어 온라인 수업을 저장하려는 학생 또는 교사들의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구글은 또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 계정을 관리할 수 있는 패밀리 링크(Family Link) 기능도 업데이트 중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부모가 자녀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앱을 관리할 수 있어 유해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