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게임 좀먹는 확률형 아이템] ②해외서 불어오는 규제의 바람

입력 2021.03.05 06:00

①게이머조차 등 돌렸다

한국은 확률형 아이템 논쟁이 이제서야 불이 붙기 시작했다. 반면 해외는 오래전부터 이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규제하고 있다. 특히 '스킨(성능 없는 꾸미기) 아이템' 위주임에도 불구 논의되는 규제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주로 정치권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을 비교하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정치권이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이유다.

픽사베이
벨기에·네덜란드, 인기 확률형 아이템 ‘도박법 위반’ 지목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2018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 3개가 자국 도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같은해 네덜란드도 인기 게임 중 4개를 지목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허가 없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네덜란드 규제 당국은 "모든 확률형 아이템은 중독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디자인, 메커니즘 측면에서 슬롯머신이나 룰렛 같은 도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현지버전에서 확률형 아이템 유료 구매 기능을 제거했다. EA는 벨기에에서만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다. 네덜란드에서는 결정에 불복하고 2019년 벌금을 선고받은 후 네덜란드 사행산업 감독원(Kansspelautoriteit, Ksa)과 법적 공방을 계속 벌이고 있다.

영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2020년 6월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 ▲게임 개발자가 도박 수준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게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또 같은 해 7월 영국 상원 보고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법으로 다스릴 것을 제안했다. 11세~15세 이용자 중 확률형 아이템으로 문제를 겪는 게이머 수가 5만5000명에 달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자율 규제 움직임도 있다. 북미 지역, 유럽 지역 게임 콘텐츠를 심의하는 단체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평가 위원회(ESRB)와 범유럽 게임 정보(PEGI)는 지난해 4월 유료 확률형 아이템 판매 여부를 등급 분류와 함께 표시토록 했다.

게임 등급 분류와 함께 유료 확률형 아이템 유무를 표시한 모습 / ESRB, PEGI
국회의원 3명이 동시에 규탄 목소리

우리나라에서는 최근들어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연이어 발생한 넥슨과 엔씨소프트 논란이 불씨가 됐다. 정치권은 악화된 여론을 등에 업고 규제 법제화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12월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메이플스토리 확률 논란과 관련한 넥슨의 답변을 공개하며 게임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재차 호소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같은 날 넥슨을 방문해 게임 이용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태경 의원(국민의힘)도 같은 날 한국 주요 게임 대기업인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이용자로부터 시작된 것이기에 업계가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일부 게임, 일부 사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게임 업계의 어두운 면만 부각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태경 의원, 이상헌 의원, 전용기 의원 / 국회
정치권 본격 개입…자율규제 강화나선 게임 업계

실제 부담을 느낀 게임 업계가 자율 규제 강화에 나섰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이르면 이달 중 강화된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내놓기로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넥슨은 5일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마비노기 관련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지난달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 유료 아이템과 관련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자율 규제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만큼 게임법 개정안 통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미 GSOK의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위반했다 하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는 만큼 조속한 게임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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