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SK가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ITC는 5일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며 "영업비밀 침해없이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그룹 사옥(왼쪽)·SK 서린동 사옥 / 각사
LG그룹 사옥(왼쪽)·SK 서린동 사옥 / 각사
최종 의견서에 따르면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0년 1월 22일 서면으로 선택 제출한 11개 카테고리 내 22개 영업비밀을 법적 구제 명령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11개 카테고리는 ▲전체 공정 ▲BOM(원자재부품명세서) 정보 ▲선분산 슬러리 ▲음극·양극 믹싱 및 레시피 ▲더블 레이어 코팅 ▲배터리 파우치 실링 ▲지그 포메이션 ▲양극 포일 ▲전해질 ▲SOC 추정 ▲드림 코스트 등이다.

ITC는 예비 결정 때부터 지적된 SK의 자료 삭제에 대해 "자료 수집·파기가 SK에서 만연하고 있었고 묵인됐음을 확인한다"며 "SK가 정기적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노골적으로 악의를 갖고 문서 삭제·은폐 시도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SK는 수입금지 기간을 1년으로 주장하고,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최소 5년을 제시했다. 하지만 ITC는 "SK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을 유리하게 출발했다"는 LG의 주장을 인정했다.

ITC는 "SK는 침해한 LG의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해당 정보를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침해 기술을 10년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드에 4년, 폭스바겐에 2년 각각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내린 데 대해서는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ITC는 또 SK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에도 SK와 장래 사업 관계를 계속 구축하기로 선택한 포드 등 상대 완성차 업체에도 잘못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SK는 이날 ITC의 최종 의견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SK의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실체에 대한 제대로 된 심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SK는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SK는 또 ITC가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SK 측은 "유예를 받은 포드·폭스바겐 제품에 대한 기간 산정의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두 회사는 ‘유예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또한 대체 가능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절차에서 적극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