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합의금 조단위 격차 SK에 진정성 제안 촉구

입력 2021.03.05 16:43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제시한 합의금 격차가 조(兆) 단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LG는 SK가 진정성 있는 제안을 갖고 합의한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나설 계획이지만, 합의가 안 될시 원칙대로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그룹 사옥(왼쪽)·SK 서린동 사옥 / 각사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2월 10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SK에 협상을 재개하자고 권유했지만, SK에서 현재까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며 "양사가 제시하는 합의금 차이가 조 단위다"라고 말했다.

장승세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합의금 제시액에) 너무 갭이 있다"며 "양사의 합의는 총액에 근접해야 각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가 3조원 내외, SK가 수천억원쯤을 제안한 것으로 추정한다.

LG는 SK가 이날 판결의 의미를 반박하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도 맞대응했다.

한웅재 법무실장(전무)은 "미 정부기관인 ITC는 조사기관이면서도 사실상 법원의 역할을 한다"며 "SK는 미 정부기관이 2년 동안 조사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내린 결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ITC가 인정한 영업비밀 22개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는 SK의 주장에 대해 LG는 "저희가 입증도 했지만 ITC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으로, 상세 내용은 미국 법·제도상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배터리 거의 전 영역에 걸쳐 LG의 기술이 침해됐다고 ITC가 명백히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ITC는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없이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는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에 따라 미래 가능한 손해와 징벌적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DTSA에 따르면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이득과 미래 예상 피해액, 최대 200%의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비 등을 포함한 관련 비용 등 크게 4가지 항목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LG는 최근 ITC에서 소송을 벌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사례를 언급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로열티, 일시금 등을 포함해 총액 4000억원에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장 전무는 "우리도 일시금, 지분, 매년 로열티 지급 등 3가지 방식을 모두 섞은 방식으로 합의금을 산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배터리 시장의 10분의 1도 채 안되는 보톡스 시장 규모에도 4000억원에 합의를 한 메디톡스 사례를 보면 우리의 경우 배상액이 어느 수준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일각에서 현대차 코나 전기차 배터리 리콜 비용 부담 때문에 LG가 SK와 합의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장 전무는 "만약 저희가 그런 생각이라면 SK와 전액 일시금으로 합의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금이든 지분이든 로열티든, 총액이 저희 생각에 근접한다면 SK 사업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LG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SK 배터리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지나면 자사가 SK 물량을 대체할 유력 공급 업체임을 인정하면서도 양사가 합의로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원하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ITC가 미국 전기차 산업과 소비자 권익 등 공익을 아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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