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 속 또 다른 나…메타버스 시대 '활짝'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는 암울한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VR) 세계인 ‘오아시스’ 속에서 꿈과 희망을 찾는 가까운 미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중에서 오아시스는 현실의 연장이자 또 다른 현실이다.

4일 VR·게임 업계에 따르면, 마치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이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메타버스(Meta+Universe, 가상 세계)’에 다양한 국내외 기업이 눈독을 들인다. 이미 젊은 세대 다수는 메타버스에서 ‘제2의 삶’을 즐기고 있다.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800억달러(3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로블록스’ / 로블록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로블록스’ / 로블록스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은 향후 메타버스가 가상 도시, 가상 국가의 개념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메타버스는 ‘세컨드 라이프’ 같은 형태로 이전부터 있던 개념이다"라며 "지금까지는 공연, 관광 등 분야 별로 존재하던 것이 앞으로는 통합되면서 가상 도시, 국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를 할 때 목 좋은 자리를 두고 싸우는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가상 세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기반 메타버스 구축 활발 ‘억대’ 사용자 확보

해외에서는 게임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나온다. 나스닥 상장을 앞둔 비디오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업계는 로블록스의 기업 가치를 290억달러(32조6714억원)로 추산한다. 플랫폼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1억5000만명이다. 이중 3분의 1이 16세 미만 이용자다.

3차원 메타버스인 로블록스에서 사람들은 레고 블록처럼 생긴 캐릭터로 활동한다. 게임을 직접 만들거나, 타인이 만든 게임 세계를 탐험하며 소통하거나 아바타를 꾸미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게임 내 활동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유료 재화 ‘로벅스’로 치장 아이템, 게임 입장권 등을 사고팔 수 있다.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를 2017년 세계 시장에서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에픽게임즈도 메타버스 진출에 야심을 드러낸다. 회사는 지난해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 모드를 출시했다. 파티로얄은 이용자 다수가 함께 접속해 어울려 노는 메타버스 공간이다. 포트나이트 계정 수는 3억5000만개에 달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3일 미디어토닉을 인수하면서 메타버스를 다시 한 번 언급하기도 했다.

파티로얄에서 지난해 5월 열린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에는 1230만명이 접속했다. 게임 내 상품 판매 수익은 2000만달러(221억원)에 달했다. 공연에 등장한 신곡 ‘더 스캇츠(The Scotts)’는 단숨에 빌보드 핫 100차트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도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파티로얄에서 처음 공개했다.

포트나이트 속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 콘서트의 모습 / 유튜브
포트나이트 속에서 열린 트래비스 스캇 콘서트의 모습 / 유튜브
VR이 메타버스 수렴

신기술인 VR을 활용해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꾸준하다. SKT는 순천향대와 협력해 2021년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순천향대 신입생 2500명은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학내 구성원과 상견례를 나눴다.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개발사 나이언틱을 이끄는 존 한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이그나이트 컨퍼런스 2021에서 MS의 기기 홀로렌즈를 직접 쓰고 등장해 AR 기술로 구현한 가상의 피카츄에게 먹이를 주는 새 기술을 시연했다.

SK텔레콤과 순천향대가 개최한 메타버스 입학식(위), 존 한케 대표가 AR로 구현한 피카츄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SK텔레콤, 나이언틱
SK텔레콤과 순천향대가 개최한 메타버스 입학식(위), 존 한케 대표가 AR로 구현한 피카츄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 SK텔레콤, 나이언틱
관련 업계는 메타버스 시장이 향후 VR 기술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장은 "결국 메타버스는 VR 연구자가 꿈꾸던 이상향이므로 미래에는 VR 기술의 형태로 수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 협회장은 "가상 식민지(버추얼 콜로니)인 메타버스 세계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메타버스 시장에서 세계 톱3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 정부는 민간 기술을 하나의 가상 도시, 국가로 모을 수 있도록 기술적·문법적(인터페이스)으로 표준화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