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공공 주도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1.03.09 06:00

    2.4 부동산정책을 놓고 토론 방송이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와 여야 국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여당 쪽 주장의 핵심은 개발 속도를 높이고 개발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쪽에서는 우선 정부가 민간을 믿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에서 제시된 특혜적인 조치들을 민간에도 똑같이 부여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방식은 민간 건설사들이 개발 이익을 너무 많이 챙겨 주택 가격을 높이며, 재개발에 따른 갈등 조정도 제때에 못 한다고 한다. 개발 주체인 조합이 민간업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2/3 만 주민동의를 받으면 현금 보상한 후 수용할 수 있는 법도 만들었다.

    LH사태를 차치하더라도 공공이 민간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과거 주공아파트와 민영아파트의 차이에서 보듯 가격은 좀 낮출 수 있을지 모르나 부실까지는 아니어도 질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공공이 주도해도 공사는 민간이 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 반론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민간 시공업체의 브랜드를 아파트명으로 사용케 한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현실과 현장도 더 파악해야 한다. 핑크빛으로 포장된 쪽방촌 공공개발이 ‘결사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쪽방촌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건 개발자나 정책당국의 시각이지 내부인의 처지와는 동 떨어져 있다.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초생활 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더 나은 임대주택을 만들어줘도 감당이 안 될 처지인 것이다. 주거만이 문제가 아니라 삶이 영위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 지역에 쪽방이 있어 모인 것이지 굳이 그 장소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다른 장기 주거지역의 재개발과는 원주민의 개념이 다른 것이다.

    한편 쪽방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현재의 쪽방이 최고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처이다. 제곱미터당 6만원의 임대료는 최고급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으로 공공개발을 통해 현금으로 보상 받는다 해도 수익원을 빼앗기는 꼴이니 결사 반대하는 것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역사적으로 주요 철도역 인근에 형성되었던 쪽방촌을 초소형 임대아파트단지로 바꿔 또 다시 준슬럼지역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최고의 지역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그 개발 이익으로 소유주도 만족시키고 쪽방 주민들을 종합 지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재개발을 통해 동경의 롯폰기 힐즈, 뉴욕의 허드슨 야드, 싱가폴의 마리나베이 같은 도시의 명품지역으로 재탄생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 맡겨 둘 수 없어 공공이 나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공공이 민간보다 더 효율적이거나 창의적일 수 없다. 공공이 지닌 수단은 강제력 동원이다. 강제력 행사에 따른 갈등만 커지고 오히려 개발이 늦어질 우려도 있다.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면서 재개발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해 졸속으로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재개발 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키우지 않고 공공이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정책적 기조를 바꿔야 한다. 주택, 일자리, 의료, 심지어 xx페이, 음식배달까지 공공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공공을 계속 확대시키는 것은 국가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미래의 부담으로 돌아 올 것이다. 민간의 역량이 부족하던 60~70년대에는 국가 주도로 설계하고 건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민간부분의 인재, 자본, 기술 등의 역량은 공공을 압도하고 있다. 공공은 어디까지나 민간이 할 수 없거나 민간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보완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간을 불신하고 교화나 징벌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처벌 만능주의 기조에서는 민간의 창의가 발현할 수 없다. 국가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사회주의적 발상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키워드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 이후의 복무 규칙을 다시 짜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경륜 많은 구닥다리보다 불안한 청년 세대의 소통 방식을 택했다 김준배 기자
    [김홍진의 IT 확대경] 법 만능주의와 과잉 입법의 폐해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환경 운동이 님비 불러와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레고블록을 보며 미래의 일과 일자리를 생각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김준배 기자
    [김홍진의 IT 확대경] IT를 정치권의 홍보 수단으로 삼지 마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2030세대가 미래를 지켜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 평준화 정책 재고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업 인력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업이 뛰어야 나라가 산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일론 머스크의 혁신 DNA와 테슬라 따라잡기 김준배 기자
    [김홍진의 IT 확대경] 채용 절벽 온 김에 수시채용을 확산시켜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부는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서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불편한 NDA(Non-Disclosure Agreement) 문화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과학적인 정부를 원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나라 돈에 무감각한 사람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부자를 꿈 꿀 수 없는 나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확대경] 데이터를 조금만 봐도 알 텐데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자산을 축적할 사다리를 걷어 차지 마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혁신의 리스크를 수용하지 못하는 나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버그’ 투성이인 검찰총장 징계 프로그램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유니콘기업은 소망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후진적 인사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 김준배 기자
    [김홍진의 IT 확대경]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전월세는 어디서 구하나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수요공급의 기본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스마트시티 전략에 사람과 문화가 빠져 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공공 음식배달서비스 가당치 않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통신 산업이 정상화 되어야 미래가 열린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코로나와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재택’이 전가의보도가 아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내 방으로 다 오라고 하세요"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일희일비' 없는 상시적 팬데믹 전략을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상시적 팬데믹 시대 '기존 사무실 개념은 잊어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풋내기 창업자와 다를 바 없는 정책 문외한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수도와 혁신도시 이전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코로나발 교육격차 해소 정책 '발상의 전환'을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정책 포장용 5G '이제 그만!'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조직 운영은 프로 구단처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종이인쇄와 첨부파일을 없애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한국형 뉴딜' 계획 샅샅이 들여다봤건만...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확대경] 국가 지도자는 IT 기반 미래 상상력을 가져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실리콘밸리 부러우면 우리도 바꾸자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부동산 정책 제대로 만들려면 프로그래머한테 배워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사회주의적 경제관 무심코 들킨 대선주자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상속세율 높고 경영권 유지 안되고 '어쩌란 말인가 이 모순을'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비용 개념이 없는 대한민국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국가는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태계 구축에 매달려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한국형 디지털 뉴딜' 반드시 이것만은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집 안에서만 살기' 실험 기회를 준 코로나19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노동자 아닌 로봇이 주류인 세상이 온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한글도 국어학자만이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선거 때마다 디지털 활용 뒤진 보수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온라인교육 처음부터 새로 디자인하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코로나 전쟁 복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CT 확대경] '온라인 개학'을 미래 교육 환경 준비 기회로 삼기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코로나 퇴치에 급여 반납 '감성팔이'보다 '디지털 활용'을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컴퓨팅 파워가 국력인 시대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아마존이 왜 고객에 집착하는지 배워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시대 변화와 국가 규모에 걸맞는 정책이 아쉽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공유를 일상화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IT 조직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인공지능 콜센터도 금지할 텐가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제로페이 그 무모함과 무지에 대하여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4차산업혁명발 '일자리 불안'에 기름까지 부은 정부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데이터 과학자들의 전문성과 정직이 절실하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부는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보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IT 기반 혁신을 돕기는커녕 발목만 잡아서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김홍진의 IT 확대경] 기울어진 노동환경, IT로 극복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