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논란
업계 "형식적인 의견 수렴"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에 인터넷 플랫폼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전자상거래 구조 /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 구조 / 공정거래위원회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사업자가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입점업체와 연대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개인 간(C2C)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조치도 만들었다. 2002년 제정된 현행법은 전통적인 통신판매를 중심을 설계돼 변화한 시장 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관련 법 개정 추진단을 구성해 총 21회에 걸친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플랫폼 유형별로 입점업체와 플랫폼 사업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며 "학계, 법조계 등 전문가 의견 수렴도 병행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플랫폼 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공정위의 개정안 추진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은 핵심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관련 학계의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전부개정이라는 법 개정 형식에 맞지 않는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또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는 공정위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관련 업계와 2~3차례 간담회가 진행된 게 전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 했다는 것이다.

법 적용 대상인 플랫폼 기업 한 관계자는 "법안 마련 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야 하는 것으로 알지만 단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조항이 소비자 보호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C2C 플랫폼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개인에게 제공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파기 등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특정 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형태가 아니라 개인의 신원 정보를 개인에게 전달하는 형태다"라며 "악용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나쁜 의도를 가진 거래자가 과연 정확한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실효성 면에서 의문이다"라고 했다.

또 공정위의 규제가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추세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오히려 더 많은 사용자 개인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의 경우 현재 전화번호만으로 가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실명과 주소 등도 요구해야 한다.

인기협 관계자는 "개인간 거래 플랫폼에서 본인인증을 강제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법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개인간 분쟁 해소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따라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며 개인정보위 측은 필요할 경우 법안을 검토해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4월 14일 이후 국회에 제출된다. 공정위는 입법 예고 기간 중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