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풍광 온전히 품을 수 있도록 설계
대규모 자체 태양열 발전, 온실 자체 운영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자택은 주변 자연 환경과 조화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자택이 보전녹지를 포함한 필지 위에 지어진 데다, 건축물 설계 역시 자연 채광을 고려했다. 김 의장의 자택은 본채와 별채에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 설비를 구비했다.

남서울파크힐 정문을 통해 일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자택 / IT조선
남서울파크힐 정문을 통해 일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자택 / IT조선
집은 대지면적 4425㎡(1338평)크기의 광활한 필지 위에 세워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자택의 대지면적과 비교해봐도 매우 넓다. 최 회장과 김 대표 주택의 대지면적은 각각 969.9㎡(293평), 496.1㎡(150평)이다.

광활한 대지 위 지어진 저택, 지하1층 면적만 746평

2015년 김 의장은 남서울파크힐 내 토지를 총 118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3.3㎡(1평) 당 883만원에 거래한 셈이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 남서울파크힐의 평당매매가는 1000만~1200만원 수준이다.

김 의장의 주택은 보전녹지지역 등 5개 종류 토지를 병합한 필지 위에 건립됐다. 성남시 보전녹지 내 개발 제한 조례 영향으로 필지 면적 대비 건축물 밀도는 매우 낮다. 건폐율 19.9%·용적률 27.8%정도다. 김 의장 주택이 본채(지상2층 지하2층), 별채(지상2층 지하1층), 부속건축물(지상1층) 총 3개 건축물로 구성돼있지만, 나머지 필지의 80%쯤은 정원·주차장 등 공터로 꾸려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사비는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 추산해봤다. 국내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는 한 건축가는 "건축비는 실제로 보아야 정확히 판단이 가능하지만, 인테리어 등을 제외하고 평당 700만~800만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의장 자택 연면적(건물 바닥 면적의 합) 794.43㎡(240.31평)이다. 이를 고려하면 건축비는 최소 24억원에 이른다.

다만 그는 "지하의 바닥면적이 클 경우 건축 공사비 편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의 경우 공간을 새로 파서 재구축해야 해 공사비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김 의장 자택은 본채 건물 지하1층 면적이 건물 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넓은 구조다.

지하 1층의 면적은 2467.21㎡(746평)다. 이는 본채 1층 527.25㎡(159평), 2층 518.12㎡(157평), 지하2층 380.92㎡(115평) 중에서 가장 넓다.

자연을 품은 집…풍광 온전히 받는 구조, 자체 태양열 발전 설비도

김 의장 자택은 별채 외벽 자재로 ‘통유리벽(커튼월)’을 사용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커튼월은 외벽이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지 않도록 하는 건축 방식이다. 건물의 벽체를 유리로 마감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을 구성하고, 세련미를 더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 외벽으로 건물 전면을 구성해 주변 산새와 채광 등 바깥 자연 풍경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구조가 가능하다.

건물 외관 전면을 유리로 구성하는 커튼 월(Curtain Wall) 건축 공법 / IT조선
건물 외관 전면을 유리로 구성하는 커튼 월(Curtain Wall) 건축 공법 / IT조선
다만 커튼윌은 가격이 비싼 고급 자재에 해당한다. 단독주택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건축 공법이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에 커튼월을 사용하는 빈도는 일반적으로 낮다"며 "부분적으로는 사용돼도 (김 의장 주택처럼) 외관 대부분을 커튼월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김 의장 주택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친환경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구조다. 남서울파크힐에 출입했다는 한 취재원에 따르면, 김 의장 주택은 지붕 전체에 수십개에 달하는 태양광 패널을 촘촘히 깔아 보조 전력을 생산한다.

취재원 묘사와 위성 사진 등 기존 자료 토대로 재구성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 자택 배치도 / IT조선·카카오
취재원 묘사와 위성 사진 등 기존 자료 토대로 재구성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 자택 배치도 / IT조선·카카오
그는 "단지 내를 오가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집을 몇 번 봤는데 규모와 디자인 면에서 상당히 독특한 주택이었다"며 "단지 내 다른 주택과 비교했을 때 유독 많은 태양광 패널이 눈에 띄었다. 본채 말고도 통유리로 만들어진 온실로 보이는 별채도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대량으로 설치했다"고 묘사했다.

주택 설계 담당 소호덕 건축가 콘셉트는 ‘조화’

김 의장 자택 콘셉트는 주택 설계를 담당한 건축 설계자의 이력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고급 주택 의뢰인의 경우 스스로 주택에 대해 원하는 바가 뚜렷해 이를 실현할 건축가를 찾아 시공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건축설계 한 전문가는 "고급 주택 설계의 경우 미리 확보된 건축가 리스트를 통해 건축 설계 및 시공을 타진한다"며 "건축주가 경쟁 입찰로 입맛과 스타일에 맞는 건축가를 결정하는 방식이 많다"며 "보통 건축가에게 콘셉트를 일임하기보다, 건축주의 철학과 일맥상통하거나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건축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건축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의 자택을 설계한 소호덕 설계사(前 시상현건축사사무소 소속, 現 하모니건축사무소 소속)는 주택의 ‘조화’를 우선해 설계를 진행하는 인물이다. 공간과 조경만 아니라 빛·물 등 주택 구성 내 포함된 모든 건축요소의 연결고리를 고려하고 이를 질서 있게 배치해 조화로운 환경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김 의장 자택을 묘사한 취재원 역시 " 정원에 배치된 조경수목을 필지 내 오두막과 별채 겸 온실을 향해 그늘지게 배치한 구조였다"며 "봄과 여름이면 저택 내부로 녹음이 우거져 멀리서 봤을 때 마치 작은 숲속에 집이 둘러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IT슈퍼리치 저택] ① [르포] 도시국가 방불케한 카카오 김범수

특별취재팀 itcho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