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보다 실용성에 무게 둔 주택 설계
조경 통한 보안 확보에 초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자택은 거대한 규모나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진 않지만, 세월의 흐름에도 빛을 잃지 않는 담백함을 담았다. 건물 밀도가 높은 삼성동 부지의 특성상 대규모 필지를 보유하기 힘든 만큼, 기본기와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진행했다.
김 대표 자택의 대지면적은 496.1㎡(150평), 연면적(건물 바닥 면적의 합)은 800㎡(242평)이다. 동종업계 IT기업 리더들이 거주 중인 자택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현재 짓고 있는 자택의 대지면적은 969.9㎡(293평)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자택 대지면적은 4425㎡(1338평)이다.
다만 김 대표는 삼성동 자택 외에도 거주용으로 3개의 자택을 추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이스트윙과 웨스트윙의 각 1개 호실. 그리고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남더힐’이다. 인근 부동산이나 건물 관리인 등에 따르면 주요 거주지는 삼성동 주택이다.
자택은 총 4층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하2층 165.78㎡(50.14평), 지하1층 295.5㎡(89.3평) 구조다. 지상 층 또한 각각 1층 192.34㎡(58평), 2층 140.81㎡(42.59평)으로 한 층이 100평을 넘지 않는다. 마당 넓이는 50~60평 정도로 추정되는데,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겨져 있어 실 공간은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의 삼성동 자택은 205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현대 빌리지는 전통의 부촌으로 유명한 만큼 현재 평당 7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 마저도 매물이 매우 희소해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전 부사장에게서 62억원쯤에 토지를 매입했다고 알려져있다.
소박한 규모, 담백한 외관, 실용성 최우선한 자재
김 대표 자택은 멋을 부리지 않고 실용성에 초점을 둔 담백한 외관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자택 규모처럼, 건축에 사용된 자재도 평범하지만 오래도록 유지되는 실용성있는 자재들로 꾸몄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단독 주택에서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벽돌을 외벽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붕 또한 징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외에도 모두 단독 주택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들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대표 자택 건축을 담당한 설계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설계를 담당한 원오원 건축은 담백한 건축 미학을 구현한 회사로 유명하다. 나무·철·백(白)색을 활용한 정갈하면서 한국적 미학과 생활습관을 고려한 실내 디자인과 설계가 특징이다. 김 대표 집 설계 당시 이를 리드했던 김정숙 건축가는 원오원의 초창기 멤버중 한 명이다.
김정숙 건축가가 김 대표 자택 설계를 맡았던 2012년은 원오원 건축의 업계 내 위상이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다. 현대카드와 협업 등 굵직한 건축설계 및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택진 대표가 주택 신축 당시 업계 최고를 다투는 건축사 사무소에 설계를 맡긴 셈이다.
내부 공간에 대한 외부 시선을 은근히 차단한 구조도 눈에 띈다. 담벼락을 드높이 쌓기 보다, 내부에 나무를 빼곡히 배치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꾀했다.
조경업체 한 관계자는 "담벼락 인근에 향나무를 빼곡하게 배치해 외부 시선을 차단하려는 구조를 엿볼 수 있다"며 "이 외에도 소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초목들도 겹겹이 활용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카 큰 조경 수목들을 활용하면 높은 담을 쌓아 내부 거주민들의 시선을 원천 차단할 때보다 답답함을 해소하면서, 밖에서는 내부를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별취재팀 itcho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