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초년생 A씨는 올해 초 월급을 불리기 위한 투자수단을 찾던 중 주식보다 단기 수익률이 좋다는 친구의 말에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했다. 그는 160만원을 나눠 각종 코인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 30대 직장인 B씨는 600만원쯤을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그는 "차트만 어느 정도 익히면 내가 직접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코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점도 주식보다 코인에 투자를 결심한 이유다"라고 답했다.

가상자산이 MZ세대의 주식 이외의 대표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화폐가치 하락을 대비해 금에 투자하던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비트코인 호재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황을 보이는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에 장밋빛 전망과 여전히 거품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데다가 국내 거래소는 출금 불편, 접속 지연 등 고질적인 장애로 이용자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6000만원 이상까지 오른 비트코인 거래 가격 / 조선DB
11일 6000만원 이상까지 오른 비트코인 거래 가격 / 조선DB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 중 2030을 중심으로 한 MZ세대가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할 세력으로 부상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2월 25일까지 거래된 가상화폐 금액은 총 445조22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년 간 거래된 금액(356조2056억원)보다 많다.

실제 국내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 따르면 앱 이용자수, 체류시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비트의 2월 셋째주 주간 이용자수는 135만명을 기록했다. 석달 전(41만명)보다 225%가 증가했다. 빗썸 앱 이용자수는 75만명으로 같은 기간(30만명)에 비해 151% 증가했다. 빗썸 이용자 중에는 20대(32.9%)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30대(29.1%)로 나타났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지금 못벌면 평생 흙수저"

가상자산 거래를 즐기는 청년들이 늘어난 이유는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축만으로도 자산 증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제로금리 시대다. 여기에 부동산 급등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저축을 통한 자산 증식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젊은 세대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에 젊은 세대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B씨는 "투자시 빠르게 매도·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 좋은 구조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촉발된 유동성 뒷받침과 글로벌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 페이팔 등의 결제 시스템 도입 등으로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도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대체통화로 금보다 비트코인을 선호한다’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은 부를 축적하는 투자 수단으로 이용 가능할 뿐 아니라 지불 수단으로서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투자 수단이지만 금과 달리 비실생활에서 지불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특성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한다는 뜻이다.

기성세대와 다른 투자 시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MZ세대가 가상자산를 디지털 금이라고 생각해 대체 투자수단으로 본다는 시각은 금융시장에 의한 해석일 뿐이다"라며 "자신이 생각한 투자 계획을 자신의 손으로 실제 실행할 수 있다는 매력이 가상자산 투자 흐름으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복잡한 투자 과정이 없어 젊은층의 가상자산 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 투자 방식은 증권사에 가서 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복잡한 용어를 익혀야 해 진입장벽이 컸다"며 "반면 가상자산은 디지털 지갑을 스마트폰에 받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기·거품’ 경고도 잇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젊은 세대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이다. 일부 가상자산은 호재성 공시 이후 하루 만에 가격이 10~26배 이상 급등한 뒤 폭락한다. 일종의 작전주인 셈이다.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마저도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의 말 한마디에 등락을 거듭한다.

불안한 국내 거래소의 현실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출금 불편, 접속 지연 등 장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몰리면 어김없이 접속 장애 현상을 겪는다. 이로 인해 수십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

제도권 밖에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을 부여하지만 가상화폐를 금융상품 또는 화폐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내년부터는 소득에 20%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금융소득이 아니라 복권당첨금 등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 오는 25일부터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지만 이 역시 완전하지는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 광풍과는 분위기가 분명 다르지만 가상자산은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며 "투자자가 반드시 이런 점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