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 옹호 여론이 일자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를 차단하고 나섰다. 조지아주에 설립 예정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인수할 수도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LG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옥(왼쪽)과 SK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 전경 / 각 사
LG그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옥(왼쪽)과 SK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 전경 / 각 사
12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애틀랜타저널애널리튜션(AJC)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의사를 밝혔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10일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조지아 주민과 노동자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외부 투자자가 SK이노베이션 현지 공장을 인수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운영할 수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다수의 투자자와 제조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공장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같은 행보에 나선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과의 갈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이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인력을 빼갔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ITC는 올해 2월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했다. 단, 포드나 폭스바겐 등 미국 생산용 배터리 및 부품은 일정 기간 수입을 허용했다.

이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미 현지에서 SK이노베이션 옹호 여론을 이끌고 있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미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022~2023년에 걸쳐 두 개 공장 설립을 예정하지만 만약 ITC 판결이 확정되면 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

켐프 주지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ITC 결과 관련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는 새로 들어설 SK이노베이션 공장에 2600여명이 고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 설립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26억달러(2조9549억원)로 주 역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라는 강조점도 더했다. 2025년에 들어서면 해당 공장의 인력이 6000여명으로 늘어난다는 설명도 함께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 현지에서 이같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조지아주에 공장 운영 제안을 건넨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이 12일 미국에서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두 곳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후보 지역에 조지아주가 포함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ITC는 19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침해와 관련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다.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조사한 ITC 행정 판사가 내리는 예비 판단을 말한다. ITC 위원회는 해당 예비결정을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양측 모두 "소송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