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을 사칭한 사기꾼에게 속아 비트코인 10개(6억1700만원 상당)를 날린 사연이 공개되어 화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6일(현지시각) 온라인 사기꾼에게 당해 비트코인 10개를 날린 독일인 세바스찬(가명)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가상자산을 노리는 피싱(phishing, 유명인이나 지인을 가장한 e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해 개인 정보나 돈 등을 탈취하는 사기 수법) 위험성을 경고했다.

세바스찬이 받았던 트윗 내용 / BBC
세바스찬이 받았던 트윗 내용 / BBC
세바스찬은 최근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의 뉴스 알람 트윗을 받았다. 'Dojo 4 Doge?’라는 제목의 트윗을 열어보니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달린 웹 사이트로 연결됐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팀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해당 사이트는 정해진 시간 내에 이벤트에 참여해 최소 0.1개부터 최대 20개의 비트코인을 보내면 2배로 돌려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세바스찬은 자신이 보유한 10개의 비트코인을 해당 사이트로 보냈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보낸 비밀 트윗을 믿고, 두 배의 비트코인을 돌려받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해당 사이트의 이벤트 기간이 종료되고, 아무런 응답과 회신이 없자 세바스찬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깨달았다. 가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과 가짜 이벤트 사이트의 담당자 메일로 연락해 비트코인을 되찾으려했지만, 결국 허사로 끝났다.

암호화폐 거래 추적 전문기업 웨일얼럿(Whale Alert)은 세바스찬이 탈취당한 10개의 비트코인이 며칠 후 익명으로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이 암호화폐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공개 원장을 통해 코인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이미 세바스찬과 비슷한 방법으로 사기를 당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인 2020년에만 약 1만500명이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 피해액은 총 1600만달러(180억7200만원)에 달한다. 올해 피해자 수는 벌써 지난해의 절반이 넘는 5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도 총 1800만달러(203억2100만원)를 넘어섰다.

이러한 사기 수법은 2018년 처음 등장한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기범들은 일론 머스크나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등 유명인의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속이는 방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빌 게이츠, 킴 카다시안-웨스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유명인사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11만8000달러(1억333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훔치기도 했다.다.

프랭크 반 위르트(Frank van Weert) 웨일얼럿 창립자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암호화폐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의 이름으로 비트코인을 나눠 줄 것이라고 하면 그 말을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특히 새로운 서비스의 홍보를 위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경품으로 증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피해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