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 회의에 참석한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는 우후죽순 등장한 플랫폼 규제에 실망감과 허탈함이 담겼다. 정부가 플랫폼 시장에 충분한 이해 없이 기업을 옥죄는 데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 예고 과정도 똑같다. 공정위가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은 거치지 않았다. 이런 지적이 문제시되자 공정위는 부랴부랴 의견 청취에 나섰다. 하지만 졸속 입법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 마련 과정에서 업계는 단 한 번도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과거 공정위가 현장 조사를 나왔을 때도 현장을 둘러보는 정도에 그쳤다. 30분 만에 끝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는 규제 주도권을 잡는 데만 신경전을 벌인다.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갖겠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국회 상임위까지 가세했다. 부처 간 이견 속에 정책 방향 논의는 뒤로 밀렸다. ‘IT 생태계를 이해해달라’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면서 규제만 쏟아내는 정부와 정치권 행보에 업계가 속이 타는 이유다. 법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 기존 법안과 중복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오간 데 없다.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규제 취지는 동의한다. 하지만 플랫폼 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입법 과정에 반드시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뒷받침되고 반영돼야 한다. 아직 국내 기업이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신중히 심사한 후에 규제를 적용해도 늦지 않다.

정부는 규제에 앞서 전문성을 갖춰달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