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가 구독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카카오에 비해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멤버십 생태계를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나섰다. 국내 양대 포털의 구독경제 주도권 경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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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17일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커머스 부문 5대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판매자 솔루션 강화, 다양한 구매 방식 지원, 멤버십 생태계 확대, 풀필먼트 강화, 글로벌 진출이 골자다.

네이버는 네이버 멤버십 생태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구독 경제 모델이 핵심이다. 현재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에 제공하는 기본 솔루션 외에 ‘머천트 솔루션’을 추가 제공한다. 네이버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해 수익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전망이다.

소비자 구매 방식을 확대하기 위해 구독형, 렌탈 서비스도 출시한다. 구독형 커머스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가 보유한 상품을 활용해 정기 배송하는 방식이다. 오는 7월 선보일 예정이다. 렌탈 사업은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7월 구독형 커머스를 시작하고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통해 정기구독 혜택 줄 것이다"라며 "네이버페이 신용정보, 네이버파이낸셜 금융혜택, 네이버 멤버십 렌탈 장기혜택 등을 통합해 네이버 커머스만의 렌탈 모델 구축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1월부터 상품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렌탈, 정기배송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바디프랜드, 위니아에이드, 위닉스, 한샘 등 20여곳에 달하는 업체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사업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상품 구독 관리 플랫폼(SSP)을 제공한다. 상품정보를 등록하고 주문 가능 확인(신용등급조회), 전자계약(계약서 자동생성, 서명) 관리, 과금 및 정산 등 렌탈·정기배송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지원한다.

카카오는 "SSP를 사업 유형에 맞춰 제공해 보다 확장된 디지털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전통 산업 기반의 기업, 중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디지털 비즈니스 진출 기회를 확대하고 고객과 폭넓은 접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독 경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에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구독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8년 132억달러(약 14조9000억원)에서 2025년 4782억달러(약 539조9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구독 모델은 고정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 받는다.

양사는 구독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갖췄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다. 구독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초개인화·맞춤형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AI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 하며 플랫폼 기업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다만 각종 규제는 풀어야할 숙제다. 금융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구독 경제 사업자가 유료전환, 해지, 환불 등에 관한 공정한 거래조건을 마련해 명확하게 알리도록 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경우 결제대행업체가 시정 요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선 신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마다 형태나 특성이 다 다른 데 규제는 획일적이다"며 "PG사가 구독 서비스를 일일이 관리할 수 있을지도 현실적으로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구독 비즈니스는 제품 판매와 서비스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고정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구독경제 모델 개발에 지속 노력하고 정부도 규제 완화, 수출지원 확대 등으로 구독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