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5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쿠팡이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의 배달지역 확대에 나선다. 자금력을 등에 업은 쿠팡이츠는 단기간에 업계 2위 요기요를 밀어낼 전망이다. 1위 배달의민족 역시 선두 수성을 위한 고심에 빠질 수 있다.

쿠팡이츠의 전국구 확대는 쿠팡의 물류센터 확대와 맞물린다. 각 지역에 마이크로 물류센터를 설치해 라이더를 통한 빠른 배송과 결합한다. 음식배달 외에 생활용품 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쿠팡이츠 배달원 모습 / 쿠팡
쿠팡이츠 배달원 모습 / 쿠팡
쿠팡이츠는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4000만 모바일 기기의 20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쿠팡이츠의 12월 일평균 사용자 수는 46만235명이다. 1월 2만9869명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12월 기준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가 1715만명, 요기요가 774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여유가 있지만, 추월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배달업계와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 사이에서는 배달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 일대를 기준으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최근 50%대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쿠팡이츠 시장 점유율은 6.2%로 배달 플랫폼 3위다. 같은 기간 배민은 63.2%, 요기요는 29%다. 쿠팡이츠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주요 광역시로 배달지역을 확대했다. 최근 광역시에서 충청남도, 전라남북도 주요 도시로 배달지역을 확대했다. 2021년 내에 강원도 주요 도시에도 진출한다. 2019년 서비스 시작 후 불과 2년만에 전국 주요 도시로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쿠팡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물류'와 ‘신사업'에 투자한다. 쿠팡이츠는 쿠팡 입장에서 ‘신사업'에 속한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시장에서 수혈받은 자금으로 로켓배송 등 혁신 서비스에 계속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쿠팡이 물류와 함께 쿠팡이츠에 더 투자할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쿠팡이츠 전국구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배달지역을 확장할 경우 빠르게 배달 플랫폼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업계는 쿠팡이츠의 지방 진출 확대가 쿠팡의 물류센터 확대와 맞물릴 것으로 본다. 배달의민족이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B마트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쿠팡의 마이크로 풀필먼트 물류센터와 쿠팡이츠 라이더 간 결합은 배달 상품을 음식 이외에 생활용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

쿠팡은 전국 168곳에 달하는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가졌다. 최근 대구에 3200억원, 광주에 2240억원, 충북 음성에 1000억원, 경북 김천에 1000억원, 함양에 720억원, 대전에 600억원을 투자해 첨단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빠른 배송을 앞세운 마이크로 물류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도 식품과 생활용품에 한해 마이크로 물류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자체 브랜드 상품을 늘리고 있는 쿠팡 입장에서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물류센터와 라이더를 통한 빠른 배송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라이더 연계 마이크로 물류는 현재 마트와 슈퍼마켓이 적극 도입 중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2020년 배송업체 메시코리아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근거리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해 15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8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물류와 점포 개선 작업에 집중한다.

GS더프레시 역시 배달 서비스 강화로 매출 확대 효과를 얻었다. 슈퍼마켓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1시간 내 배송망을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가까이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을 결합한 ‘올라인’ 모델을 적용한다. 촘촘한 배송망을 완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국 35개 도시에 있는 253개 직영점에서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