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리처드 윌린의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입력 2021.03.24 10:11

‘악의 평범성'을 통해 나치즘의 일면을 통찰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 그녀는 개인이 치열하게 사유하지 않으면 언제든 인류의 참혹한 학살 역사는 재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그러나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의 저자 리처드 월린은 이를 수긍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하이데거와의 밀애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아렌트가 특별하게 ‘잔혹했던' 나치즘에 지나친 면죄부를 부여했다고 지적합니다.

하이데거는 문제적 사상가입니다. 나치에 동조했고, 적극적으로 유대인을 배제했습니다.

저자는 하이데거를 사랑했고, 독일 사회에 편입되기를 꿈꿨던 아렌트 등 유대인 제자들의 삶과 철학을 철저하게 해부하면서 그들의 사상적 모순점과 한계에 주목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나치의 동조자인 하이데거와 유대인 제자들의 관계에 대한 도발적이고 학술적인 연구'라고 소개했다고 합니다.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10줄 요약

1.2001년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초판이 출간된 이래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엄청난 재능을 지닌 ‘동화된 유대인 사상가'들과 하이데거와의 우려스러운 친밀성에 관한 것이었다.

2.하이데거의 유대인 제자들은 스승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뻔하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합리화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 그의 실수를 눈감아주려고 했다.

3.독일 유대 지식인들은 열성적으로 독일의 문화와 정신의 이념을 열렬히 수용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짝사랑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랑은 범독일 연맹과 같은 강력하고 악의적인 반유대주의 운동의 대대적인 번성으로 되돌아왔다. 그 운동은 유대인이 없는 독일을 만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4.한나 아렌트와 하이데거 둘 다 독일의 참사에 대해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나치즘은 전형적으로 ‘독일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유럽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했다.

5.하이데거는 전쟁, 말살 수용소, 히틀러의 독재정권 등 발생한 모든 일은 독일인들이 그에 대해 어떤 책임도 갖지 않는 ‘존재망각적' 역사적 사례에 불과했다. 전쟁 이후, 그는 독일 파시즘이 서양 정치 운동에서 유일무이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른다.

6.많은 유대인이 순진하게도 제1차 세계대전을 독일 시민으로서 그들의 충성심을 증명할 황금 기회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치의 등장 이후 불가피하게 방향 전환을 해야만 했다. 반유대주의는 나치의 핵심 믿음이 됐기 때문이었다.

7.하이데거와 재회한 아렌트는 그의 충실한 옹호자로 변모했다. 그녀는 나치즘이 ‘사회 밑바닥에서 태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고, 하이데거가 1930년대의 강연 기간에 나치 정권에 대해서 ‘정신적인 저항'을 실천했다고 말한다.

8.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했다. 아렌트는 유대인 의회 관리들의 행동이 나치 집행자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고, 유대인 지도자들이 나치 협력을 거절했다면 더 많은 유대인이 생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대 의회의 전략은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다는 희망을 걸고 상품과 노동력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 상황에서 합리적인 접근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추방될 때까지 경고 없이 모든 다른 선택지가 사라질 때까지 효력을 발휘한 과정이었다. 할베르크처럼 아렌트도 유대인과 그들을 박해한 나치와의 협력을 다양한 단계로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유대인 지도자들은 나치에 협력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사형되곤 했다. 유대인의 협력은 자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개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

9.아렌트가 보여준 유대인 지도부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은 극단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것이었따. 유대인의 비극의 크기에 대해 아렌트는 무감각했다.

10.아렌트는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강조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범죄가 ‘의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아이히만이 저지른 악은 평범한 순응, 수긍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그는 유럽 각지 유대인 위원회를 감독 및 조정했고 반 유대법을 준히뱄으며 수용소로 유대인을 수송하는 일을 주선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전례 없는 행동으로 독일 행정 시스템이 지닌 난제 속에서 발견한 길들을 분별하지 못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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