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처럼 1970~80년대에는 IT 기업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20여년 전에는 IT 버블 시기를 거치면서 젊은이들의 기업과 직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젊은이들이 아예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을 더 선호하게 된 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벤처 기업이 젊은이들한테 어필(appeal)하는 건 자유스러운 문화와 미래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다. 수 십 년간 형성된 수직적인 문화는 젊은이들을 숨 막히게 할 뿐 아니라 기업이 창의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데에도 큰 장애 요인이다. 그 결과로 명성을 누리던 많은 장수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또 안정적으로 꼬박꼬박 월급 만 받기 보다 창업은 못했더라도 벤처 창업 기업에 참여해 큰 목돈을 벌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 그 것도 한번이 아니라 창업 기업 만 여러차례 참여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몇 십 년 월급을 꼬박 모아야 집 하나 겨우 장만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청년들에게 이 길 밖에 없다. 결국 기업과 종업원들이 미래를 위해 같이 투자(베팅)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된 월급쟁이들이 많다.
창업해서 큰 돈 벌고, 창업 기업에 투자해 큰 돈 벌고, 창업 기업에 취직해 큰 목돈을 만든다. 이들이 또 다시 창업하거나, 투자하거나, 또 다른 창업 기업에 참여하는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40~50년 간의 이런 생태계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만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선호하는 직장의 기준으로 삼는 보상, 복지, 문화 등에서 주요 대기업이 IT 기업들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주요 대기업의 평균 급여 인상률은 20% 미만인데 비해 잘 나가는 IT 기업들은 40~50%를 넘기고 있다. 복지와 문화에 있어서도 앞설 뿐 아니라 최근 상장한 기업들은 일반 월급쟁이들은 만져 볼 수도 없는 큰 몫을 안겨 주고 있다.
최근에는 성공한 IT 기업뿐 아니라 모범적인 중소기업 중에서도 이익분배 원칙을 정해 직원 30%, 주주 30%, 회사 30%, 사회환원 10%로 배분을 실천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옵션을 부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좋은 기업, 일하고 싶은 기업의 우선 순위를 크게 바꿀 것이다. 보상도 집단주의적인 성격의 기업 문화를 탈피해 직종별, 개인별 성과주의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노조에서는 차별 보상을 반대하고 있으나 기업이 발전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프로 야구단에서 포지션별, 개인 능력별, 전년도 성과별로 보상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인재들이 기피하는 기업이 되면서 얼마나 많은 전통 강자들이 사라졌는지 잘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대기업이 아직 상위 순위를 지키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이미 다우지수구성(30개상위기업) 원년 멤버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지난 10년간 10대기업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기업은 젊은이들의 도전과 창의를 담는 그릇으로서 채용, 보상, 복지를 포함해 인재를 발탁하고 근속(retain)시키는 새로운 룰을 개발해야 한다. 한편, MZ세대들을 위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업계 최고의 명성이나 자부심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좋은 인재를 품을 수 없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0대 대기업이 10년~30년 후에 얼마나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통적 대기업들은 3~4세로 경영이 승계 되면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갈 길을 잃고 있다. 반면 IT 기업, IT기반 유니콘 기업들이 상위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부도 기업의 변화를 읽으며 일자리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의 개념과 가치가 바뀌며 기업의 인재시스템이 바뀌고 있는데 노조와 뜻을 같이하며 변화에 역행하면 일자리도 기업도 지속될 수 없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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