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⑲커피에 오일이 뜨는데 마셔도 되나?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1.03.26 06:00

    며칠 전 휴일 아침에 언니가 전화하여 모임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평소 마시던 커피와 달리 오일이 많이 떠있어 마시기에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 질문하였다. 사실 커피 음료 표면에 오일이 둥둥 떠 있으면 누구든지 당연히 커피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커피콩에도 다른 과실의 열매처럼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무기질, 카페인 등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커피 음료에 오일이 뜨는 것은 커피콩에 들어 있는 지질 성분에 기인하는 것이다.

    커피생콩에 열을 가하면 지질 성분이 열분해되면서 커피오일이 생성되고, 휘발성인 디터펜(Diterpenes)성분의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웨올(Kahweol)로 분해된다. 이러한 성분들은 커피의 향기를 생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최낙언 교수는 그 저서 『커피 향의 비밀』에서 커피 오일은 커피 향기를 오랫동안 은은히 유지시키면서 멀리 퍼져나가게 한다고 한다.

    커피생콩에는 리놀레산(Linoleic acid)과 팔미트산(Palmitic acid)의 에스테르(Esters), 디터펜 성분의 카페스톨과 카웨올, 인지질 등의 지질 성분이 7~17% 들어있는데 로스팅을 하고 나면, 원두 속에는 약 2% 정도 남게 된다. 그러므로 로스팅 된 원두로 커피를 만들면 음료 속에 다양한 맛성분과 함께 오일성분도 뽑아져 나오게 된다.

    커피오일은 로스팅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쉽게 배출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즉 커피오일은 로스팅 후 커피원두의 조직상태에 따라 달리 배출되는데, 커피원두의 조직상태는 로스팅 단계가 약한지 강한지, 열량을 강하게 주었는지 약하게 주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열로 인하여 커피생콩이 물리적 원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때가 되면 크랙(표면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팝이 터지면서 헐크처럼 부피가 커지게 된다. 이때 커피조직에 스펀지처럼 구멍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스팅 전의 생콩에 비해 밀도가 많이 약해져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로스팅 단계가 약할수록 콩의 밀도가 강볶음 커피에 비해 단단하고 조직의 구멍은 작은 편이어서 원두 속의 향미 성분이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반면 로스팅 단계가 강할수록 콩의 밀도는 약볶음 커피에 비해 약해져 있어 더 부서지기 쉽고 조직의 구멍도 큰 편이어서 원두 속의 향미성분이 밖으로 나오기 쉽게 된다. 따라서 강볶음 커피는 커피 속의 오일이 밖으로 쉽게 나오게 된다.

    강볶음 커피는 로스팅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육안으로도 표면에 오일이 번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커피숍에서 사용하는 커피원두가 검고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면 분명 로스팅이 강한 커피를 사용하고 있고 볶은 지 상당 기간 경과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오일이 새어 나오고 있는 원두는 공기 접촉으로 인하여 계속 산패되고 있어 이런 원두로는 향미가 좋은 음료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이미 표면이 오일로 번들거리는 커피를 분쇄했을 경우 즉시 그라인더를 완전히 분해하여 그라인더의 칼날 등에 묻은 오일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청소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 그라인더에 묻은 오일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그라인더 내에서 계속 산패되어 그 후 그 그라인드를 이용한 모든 커피에 기름쩐내가 날 수 있다.

    커피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가 생성된다. 크레마 속에는 커피오일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크레마가 적절한 양으로 만들어지면 커피의 맛과 향미가 배가된다. 크레마는 커피의 여러 가지 맛과 향기가 풍부하고 묵직하게 입속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커피액이 혀에 부드럽게 깔리게 하고 목넘김이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크레마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그 상태가 거칠면 버터(buttery)와 오일(oily)처럼 느끼하고 좋지 않은 까칠한 여운을 남긴다. 반대로 그 양이 너무 적으면 커피의 풍성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없는 맹한 물같은(watery) 느낌을 준다.

    그래서 커피머신으로 커피음료를 추출할 때에는 적당하게 크레마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주 강하게 볶은 커피를 커피머신으로 추출하는 경우에는 약하게 로스팅 된 커피에 비해 크레마가 훨씬 많이 생성된다. 이렇게 추출된 에스프레소로 아메리카노 음료를 만들게 되면 컵의 상부에 많은 오일이 뜨게 된다.

    특히, 만일 이미 커피원두에서 오일이 새어 나와 산패가 진행 중인 오래된 강볶음 원두를 사용했었다면 오일이 커피잔에 둥둥 떠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음료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커피의 향미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편, 커피를 어떻게 추출하는지에 따라서도 음료에 커피 오일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커피의 오일 성분은 압력을 이용해 추출한 커피에 더 많이 들어 있고, 여과된 커피보다 끓인 커피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추출도구를 사용한 커피 속 오일 성분의 양을 분석한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http://www.kosen21.org) 게재 연구자료에 의하면, 프렌치프레소를 이용한 커피에는 오일이 6~12 mg/cup이 들어 있으나 에스프레소머신으로 추출하면 4 mg/cup이 들어 있다고 한다. 핸드드립과 같이 종이필터를 이용하여 여과한 커피에는 0.2~0.6 mg/cup의 오일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의 오일은 종이필터로 대부분 걸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커피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음료로 자리 잡고 있는 이때에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며 커피를 즐길 필요가 있다.

    커피 원두가 지나치게 번들거려 보인다면 이미 커피오일이 원두의 표면으로 새어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원두를 커피머신으로 추출하면 음료 표면에 기름이 많이 뜰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원두라도 종이필터를 사용하여 추출하면 최대한 오일을 걸러 낼 수도 있지만, 추출 전에 이미 원두에서 산패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가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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