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예스24’와 모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가 최고 경영자 일가의 기업 ‘아이스타일24’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나타났다. 다른 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를 뺏고 경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이스타일24 홈페이지 / 아이스타일24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아이스타일24 홈페이지 / 아이스타일24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의류, 잡화를 판매하는 기업 아이스타일24는 한세예스24홀딩스 경영진이 소유 및 지배하는 기업이다. 직원은 20명 미만으로 알려졌으며, 매출액은 2019년 38억원이다. 예스24와 한세예스24홀딩스의 계열사로 분류되지만, 지분 관계는 없다.

기업 채용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아이스타일24의 주주는 김동녕(32.5%), 김석환(31.25%), 김익환(25%), 김지원(6.25%), 조영수(5%)씨 등이다.

김동녕씨는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다. 김석환씨는 김 회장의 장남, 김익환씨는 차남, 김지원씨는 막내딸로 알려져 있다.

채용 사이트에 기록된 아이스타일24의 주주 정보. / 웹 사이트
채용 사이트에 기록된 아이스타일24의 주주 정보. / 웹 사이트
그런데, 아이스타일24의 매출 상당 부분이 예스24와 한세예스24홀딩스와의 거래로 발생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스타일24가 금감원 기업공시를 통해 게재한 마지막 사업보고서(2016년)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55억원쯤이다. 그리고 기업 정보 채용 사이트를 통해 알려진 매출액은 2019년 38억원쯤이다.

예스24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17년~2020년까지 꾸준히 아이스타일24에 매출이 있는 서비스를 거래했다. 아이스타일24의 매출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준 정황이다.

먼저 가장 가까운 2020년에 예스24는 아이스타일24에 물류 업무 대행 서비스를 계약, 비용을 25억9334만원 지불했다. 2019년에도 비용 36억5312만원을 물류 대행 서비스로 지불했다. 2018년에도 21억1961만원을, 2017년에도 14억8796만원을 각각 지불했다.

실제로 아이스타일24는 경기 파주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도 "아이스타일24와 물류를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적 배송 등이 핵심 업무인 예스24가,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최고경영자 가족 회사에 맡기고 안정적인 매출을 담보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예스24는 2020년 1억3764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이스타일24의 매출 및 영업이익 / 웹 사이트
아이스타일24의 매출 및 영업이익 / 웹 사이트
한세예스24홀딩스도 상당한 비용을 아이스타일24에 지불했다. 2020년 33억8111만원, 2019년 36억 5312만원을 지불했다. 2018년에는 21억1961만원을, 2017년에는 14억8105만원을 지불했다. 다만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 비용이 왜, 어떻게 지출됐는지를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법적 규제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 집단’이다. 예스24가 속한 한세예스24홀딩스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경영진 일가가 소유한 기업에 안정적인 일감 및 매출을 몰아주는 행위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공시대상집단 이외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사례 등을 분석해 온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일부 기업들이 경영자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문제는 꾸준히 일어났다. 다른 기업의 시장 기회를 부당하게 막을 뿐 아니라, 시장의 건강한 경제 질서를 해치는 행위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예스24를 포함한 한세예스24홀딩스 그룹은 공시대상집단 기업은 아니다. 다만 이 대상에 속하지 않더라도 특수 관계인의 부당 지원 행위가 있고, 시장의 공정 이익을 저하했다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