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불확실성’ 평가 내리던 증권거래소, 이젠 인정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활기가 돈다. 특히 그간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던 가상자산 기업의 증권시장 데뷔가 보다 수월하게 이뤄지면서 가상자산이 주류 자산으로 인정될지 업계 관심이 고조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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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뒤를 이어 증시 입성을 노리는 가상자산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세계 증권시장 입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간 일부 가상자산 기업은 전통 증시 입성과 관련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예컨대 2018년만 해도 중국과 홍콩 증권거래소 등은 비트메인 등 IPO 도전장을 내민 가상자산 기업에 ‘산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을 미뤘다.

홍콩 유명 로펌인 ‘암허스트 인 홍콩’의 프랭크 바이 파트너 변호사는 당시 "전통 증권거래소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상장을 꺼리고 있다"며 "규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시세 조작 등 문제도 빈번이 일어나고 있어 가상자산 변동성에 취약한 사업체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했다.

코인베이스가 쏘아 올린 신호탄…줄상장 예고

분위기는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에 더해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직상장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반전됐다. 앞서 중국 비트코인 채굴 업체 카난크리에이티브와 이방궈지가 나스닥에 입성하긴 했지만, 미국의 상징적인 가상자산 기업이 전통 증시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최초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외신들도 코인베이스 상장을 두고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상장이 이뤄졌다"며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시장 분위기를 틈타 일부 가상자산 기업은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나스닥 문을 두드린다. 외신들에 따르면 크라켄 경영진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과 직상장 방식을 두고 고민 중이다. 제시 파월 크라켄 대표는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2022년 상장을 추진할 수 있으나 확실하진 않다"면서도 "100억달러 밸류 이하로는 주식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럽 가상자산 유니콘인 비트퓨리는 최근 자회사 사이퍼 마이닝을 SPAC 합병 방식으로 나스닥에 우회상장시켰다. SPAC은 비상장 기업의 인수·합병을 위해 존재하는 서류상 회사다. 통상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상장한 뒤 정해둔 기한 내 비상장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사이퍼마이닝이 현재 합병 절차를 밟는 기업은 ‘굿웍스 애퀴지션(Good Works Acquisition)’이다. 합병 후 기업 가치는 약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병은 올해 2분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한 이스라엘의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도 SPAC 합병 방식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토로는 금융권 거물인 베치 코헨(Betsy Cohen)의 백지수표회사 ‘FTCV(FinTech Acquisition Corp. V)’와 합병에 합의했다. 이토로 사용자는 세계 2000만명 정도다. 월간 거래 규모는 약 7500만건이다. 외신에 따르면 합병 후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18년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토로의 최대 경쟁사로 떠오른 로빈후드도 최근 나스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로빈후드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통상 해당 서류를 제출한 뒤 상장까지 1~2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빈후드는 올해 상반기쯤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선 두나무가 추진

우리나라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하고 있다. 현재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사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선 해외 증시 상장을 향한 도전이 봇물 터지듯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증시 입성은 국내 거래소라면 누구나 꿈꾸는 절차다"라며 "해외에서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몸집을 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주류에 머물던 기업 이미지를 180도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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