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K웹툰’이 북미에 이어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한국형 만화 서비스가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하에서다. 업계는 한국과 북미에서 인기를 끈, 검증된 웹툰을 번역해서 우선 서비스한다. 나아가 유럽 특성에 맞는 현지 작가 발굴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네이버웹툰 독일어 서비스 화면 일부 /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 독일어 서비스 화면 일부 /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유럽 시장 공략에 열심이다. 2019년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근에는 3월 31일 독일어 서비스도 추가했다. 한국 인기 작품인 ‘여신강림’, ‘재혼황후', ‘전지적독자시점’과 미국 작품인 ‘로어 올림푸스’, ‘언오디너리' 등을 우선 제공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독일어 서비스는 초기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웹툰을 번역해 공급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네이버 웹툰은 현지 작가를 발굴, 양성해 현지 작품을 공급한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이미 현지 발굴 작품도 서비스하고 있다. 현지 작가 공모전, 아마추어 작가 발굴 시스템 덕분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웹툰의 북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 것도 현지화다. 지역 소비자의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려 현지 작가를 발굴, 작품을 만든 것이 통했다는 뜻이다. 북미 아마추어 작가 발굴 시스템 ‘캔버스'에서 나온 작품 ‘로어 올림푸스'는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회 이상을 기록했다. 해당 작품은 이번 독일어 서비스에서도 번역돼 독일 독자를 찾아갔다.

키다리스튜디오도 프랑스와 독일에 진출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의 프랑스 자회사 델리툰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웹툰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2019년에 비해 약 230% 급증한 수치다. 가입자도 3월 말 기준 183만명을 돌파했다. 델리툰은 실적에 힘입어 연말까지 신작 300편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2020년 출시한 독일어 서비스도 올해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이를 발판으로 유럽 내 다른 국가 진출 계획도 준비한다.

델리툰 프랑스(왼쪽)와 델리툰 독일 모바일 앱 화면 /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델리툰 프랑스(왼쪽)와 델리툰 독일 모바일 앱 화면 /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키다리스튜디오도 한국 웹툰을 번역해 서비스한다. 델리툰 전체 매출의 99%가 한국 웹툰에서 나온다. 주로 키다리스튜디오가 인수한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작품과 자사 여성향 웹툰 서비스인 봄툰의 작품이다. 타사 작품도 일부 서비스하고 있다. 현지 전달력을 강화하기 위해 번역과 검수에 힘쓴다.

키다리스튜디오 역시 현지 작가를 발굴해 콘텐츠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업계는 이들이 BL, 여성향 등 안정적인 성인 마니아 독자 수요를 가진 만큼, 세계로의 확장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리디도 웹툰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0년 북미에 구독 서비스 ‘만타(Manta)’를 출시했다. 다양한 장르의 웹툰을 월정액으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갖췄다. 덕분에 2020년 11월 진출 후 3개월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만화 앱 다운로드수 30만건을 기록했다.

리디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월정액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웹툰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로 제공된다. 이는 해외에서 적극 보급되지 않았던 형식이다. 그간 해외 만화 시장은 대부분 출판 만화를 중심으로 이뤄져왔고, 세로 스크롤의 웹 형식은 희소했다. 출판된 만화를 디지털로 스캔해서 공급하던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편의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작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 웹툰이 본격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잠재력이 수요로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해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