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수량의 상품을 구입한 후 높은 가격에 재판매에 나서는 이른바 ‘되팔이'가 온라인에서 성행한다. 정작 해당 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비싼 값에 되팔이 상품을 구입하는 등 문제가 크다. 일각에서는 매크로 등 자동 구매 프로그램을 남용해 선량한 구매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되팔이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불법이 아닌터라 마땅히 제제할 방법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되팔이를 목적으로 쿠팡에서 마스크를 저가에 사재기한 20대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매크로 프로그램과 여러 사람의 계정을 동원해 총 168차례에 걸쳐 4120매의 마스크를 주문한 혐의다.

재발을 방지하려면 되팔이 행위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 쿠팡의 사례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민감한 시기에 ‘마스크'를 전매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문제가 돼 처벌을 받았지만, 다른 경우는 차단이 불가능하다.

최근 되팔이가 성행하는 제품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X’ 등 최신 게임기와 ‘지포스 RTX 30시리즈'와 ‘라데온 RX6000 시리즈' 등 그래픽카드 제품이 있다. 이들 제품은 정가보다 5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팔리지만, 공급 부족으로 심한 경우 정가 대비 2배가 훨씬 넘는 웃돈을 얹어줘야 겨우 구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가끔 매물이 나와도 30초도 안되 전량 품절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유통업계는 수량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수초 내에 품절되는 것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 행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되팔이 판매자 손에 들어간 희귀 상품은 곧바로 중고장터 플랫폼을 통해 판매가 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일수다. 전매행위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도 딱히 손쓸 방도가 없다.

되팔이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11월 소니가 자사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 되팔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대형 중고거래 플랫폼 ‘메르카리’를 상대로 협조를 요청했지만, 불어나는 되팔이 행위를 막지 못했다.

되팔이 증가 추세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업률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영국에서는 3500대에 달하는 플레이스테이션5를 사들인 전매상 그룹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영국 매체와 SNS 등을 통해 "멤버 대부분이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었으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매 행위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기준 2조5000억엔(26조원)의 중고거래 시장을 가진 일본에서 되팔이 행위가 일종의 ‘부업'으로 자리매김한지도 오래됐다. 일본에서는 장기불황과 코로나로 인한 소득 감소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직장인의 부업활동을 권장하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15명의 국회의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크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공연법 일부 개정안인 ‘암표방지법'을 통해 매크로를 통한 공연 티켓 되팔이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반 상품으로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법률로 되팔이 행위를 막지 못한다면 적어도 매크로 사용만이라도 법으로 막아야 한다. 시장거래원칙에 입각해 되팔이가 용인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선량한 소비자에게 동등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