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전, 폰 철수後 삼성 갤럭시와 '불편한 동거' 불가피

입력 2021.04.08 06:00

LG전자 가전제품이 사실상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제어 하에 놓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시간이 흐를 수록 LG 가전을 사용하는 고객 중 대부분이 LG 스마트폰 대신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LG전자 스마트홈 서비스는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LG전자 스마트폰 고객이 점차 소멸하고 스마트홈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할 수록 LG 가전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주력인 가전사업에서 ‘LG 씽큐(LG ThinQ)’ 앱을 통한 제품 제어, 서비스 상담과 예약, 부품이나 소모품 구입 등 고도화된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고도 사실상 고객 접점 플랫폼을 진화시켜, 새롭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모델이 LG 스마트폰을 활용해 LG 디오스 냉장고가 인식한 식품 목록을 보여주는 모습 / LG전자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는 씽큐 앱은 스마트폰에서 가전제품 제어와 관리는 물론 연계된 서비스·콘텐츠·모바일 커머스 등을 지원한다. LG전자가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망설인 것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플랫폼 사업 핵심 기술이 모두 스마트폰과 연동한다는 이유도 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철수를 통해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LG 스마트폰을 쓰는 고객이 점차 사라질 수록 가전 분야에서 진짜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IoT 허브 역할을 하는 자사 핵심 기기가 사라지면서 LG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위한 가전 제어·관리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존 가전 고객까지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LG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3%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65%로 부동의 1위다. LG전자 가전제품을 쓰는 고객 중 상당 수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쓴다.

실제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지만 LG전자 가전을 구매한 고객들의 앱 연동성 개선 요구가 빗발친다.

한 이용자는 씽큐 앱 리뷰를 통해 "갤럭시S20을 쓰는데 TV 연결이 잘 안 되고, 아이폰으로는 된다"며 "아무리 LG 앱이지만 삼성 폰 연동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다른 이용자도 "갤럭시노트20 울트라를 쓰는데, 세탁기·건조기·냉장고 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설마 LG 폰만 연결되는 거냐"라고 항의했다.

LG 스마트폰 고객은 대체로 LG전자 가전까지 패키지로 쓰는 소위 ‘LG팬’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가전제품 교체 시점이 다가올 경우 IoT 호환성을 고려해 삼성전자 가전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더이상 터무니없는 우려가 아니다.

IoT 서비스가 특정 기기끼리 연동하는 개념이 아닌 만큼 기우에 불과하며, LG전자가 서비스 고도화를 충실히 한다면 가전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IoT 사업을 위해 스마트폰을 자체 제조하지 않아도 AI 스피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 ‘알렉사’가 대표적 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이상 IoT 연동성 만을 이유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앱과 클라우드 시스템만 잘 만들어도 IoT 사업 확장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씽큐 앱은 LG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타사 폰에서도 활용성을 높였고, 기존 개발 인력의 고용도 유지돼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할 일은 없다"며 "앞으로도 IoT 허브로서 씽큐 앱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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