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없는 백신 품목허가, 시기는 ‘미정’
확보된 백신은 혈전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점차 늘면서 4차 대유행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2분기 도입하는 백신이 혈전 논란에 휩싸인 아스트라제네카 위주인 데다 추후 도입키로 한 얀센 백신마저 물량 논의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집단면역 형성’의 꿈이 자칫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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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없는 백신 품목허가…도입 일정 미정

7일 식약처는 1회만 투여하면 되는 얀센 코로나19 백신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단 허가 후 임상시험 최종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식약처는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얀센 백신이 인정할 만한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결과 백신 예방효과는 접종 14일 후 66.9%, 28일 이후에는 66.1%로 나타났다. 이상 사례는 주로 주사 부위 통증과 두통, 피로, 근육통 등이었다. 대부분 접종 후 2~3일 내 사라졌다.

다만 이번 품목허가는 물량 도입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 세부 도입 일정이 정해진 상태에서 품목허가가 이뤄진 AZ, 화이자 백신과 대조적이다. 국내 품목허가는 결정됐지만, 막상 정부가 계약한 물량이 언제 도입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얀센과 600만명분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세부적인 도입 일정과 관련해서는 제약사 측과 협의 중이다.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오는 이유다. 얀센 백신은 이미 해외에서 사용되는 만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진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확보한 백신은 혈전 논란… 2분기 접종 계획 차질 생기나

문제는 이뿐 아니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중 주요 물량을 차지하는 AZ 백신은 다시 혈전 논란에 휩싸였다.

AZ 백신을 향한 의구심은 최근 몇 달간 꾸준히 보고됐다. 한때 해외 각국에선 65세 이상 고령층의 효능 논란으로 AZ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접종을 재개했지만, 최근 젊은 층 위주로 희귀 혈전증 사례가 보고되면서 접종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도 최근 AZ 백신과 희귀 혈전증 간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EMA 측에서 혈전과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백신 접종과의 관련성이 명백하다"며 "무엇이 이 같은 반응을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지만, EMA가 조만간 백신과 혈전 부작용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혈전증 사례가 보고됐다. AZ 백신을 접종한 국내 20대 여성이다. 그는 의료기관 종사자로 3월 중순쯤 백신을 맞고 12일 후 숨이 차오르는 듯한 증상이 생겨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다리에서 혈전 증상이 확인됐다. 현재는 혈전용해제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상당수의 젊은층이 AZ 백신을 접종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질병청은 "EMA가 곧 해외 사례를 분석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며 "이 분석에 근거해 국내에서도 전문가 자문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EMA가 AZ 백신과 혈전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면 우리나라 백신 접종 계획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정보와 국내 상황을 바탕으로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접종 연령 제한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접종을 진행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 정도에 준하는 주의사항 안내와 모니터링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