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없이는 기업 대출도 없다

입력 2021.04.08 06:00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은 대출 조차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를 주도하면서 관련 지표가 낮은 기업에는 대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이 ESG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준비를 마쳤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최근 적도원칙 가입을 알린 시중은행 / 각 은행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리는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국내 기업들의 ESG 행보를 가속하기 위해서다. 솔선수범을 위해 적도원칙에 가입하고 ESG운영회도 운영한다.

적도원칙은 2003년 6월, 국제금융공사(IFC)와 세계 10대 금융사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 모여 발표한 국제 약속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훼손이나 해당 지역 인권침해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37개국 115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올해 2월에는 KB국민은행이 가입을 마쳤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이 적도원칙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가속하는 시점에서 적도원칙 가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라며 "ESG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기업들의 관련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적도원칙 가입 이어 ESG 위원회 설치 잇따라

신한금융은 3월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ESG전략위원회를 창설했다. 글로벌 투자환경에서 ESG가 지니는 중요성이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포함해 5인의 이사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다.

KB금융도 지난해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우리금융도 이사회 내 손태승 회장을 포함한 사내·사외이사 9인으로 2월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장은 노성태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이다.

금융권 ESG 평가 준비 완벽한가

시중 은행들은 ESG위원회를 필두로 각 은행이 만든 자체 평가모델을 통해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할 방침이다. ESG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대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ESG 행보를 가속화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을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해 대출을 규제하겠다고 하는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기업 ESG 활동을 평가할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떤 사전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자체 평가 기준으로 ESG 활동이 우수해 대출을 해줬는데 기업이 부도나면 책임은 누가 지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ESG 위원회 구성을 살펴봐도 객관적으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할 전문가가 부족하며, 모두가 납득할 만한 공통의 평가 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ESG 행보보다 우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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