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업계 2위 ‘뚜레쥬르'가 1위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출점 제한 조치와 신규 지역상권법 등 정부 규제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가 아닌 1등 독주 체제를 불렀다고 성토한다.

뚜레쥬르 매장 모습 / CJ푸드빌
뚜레쥬르 매장 모습 / CJ푸드빌
9일 유통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지역상권법(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해당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절차상 13일 열릴 공청회와 산자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후 본회의에 상정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정책인만큼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지역상권법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신규 매장을 열 때 해당 지역 상인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건물주와 임대 논의를 마쳤다해도, 주변 상인들이 반대할 경우 신규 매장 출점이 어려워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2020년 12월 발표한 서울시 유통규제지역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전체 면적(605.6㎢)의 49.7%인 301㎢가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됐다. 즉 대형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이 어렵다.

하지만 지역상권법은 베이커리는 물론 프랜차이즈 업계를 겨냥한 중복 규제법이다. 정부는 2013년 베이커리 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고, 그 결과 출점 제한 2% 규제를 받는다. 사업이 잘 된다고 해도 신규 매장을 무한정 늘리는 데 제동이 걸렸다. 지역상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간 2% 출점 제한에 더해 신규 매장을 열 때마다 지역 상인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베이커리 업계는 정부의 프랜차이즈 규제에 이어 나올 지역상권법이 시행될 경우 이미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리바게트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업체의 등장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베이커리 시장에서 기업간 경쟁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 이익도 줄어든다. 파리바게트 승자 독식 양상이 쭉 이어지는 셈이다.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 정부 출점 규제 시행 당시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 점포는 3000개였고 2위 뚜레쥬르는 1000개였다. 정부의 2% 출점 제한을 적용하면 파리바게뜨는 연간 60개의 신규 점포를 열 수 있지만,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3분의 1 수준인 20개만 열 수 있다. 뚜레쥬르가 제아무리 발버둥쳐도 정부 규제가 존재하는 한 1위 파리바게뜨를 따라잡을 수 없다.

뚜레쥬르 입장에서는 기존 출점 규제만으로도 1위와 격차를 수습할 수 없는데, 새로운 규제까지 맞딱드린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파리바게뜨 매장수는 3400개, 뚜레쥬르는 1300개다.

베이커리 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는 신제품 기획력과 생산력, 노하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뚜레쥬르를 압도하는 우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베이커리 시장은 이미 파리바게뜨 중심의 승자 독식 시장이 됐다"며 "엎친데 덥친 격으로 지역상권법까지 나올 경우 1위 독주 체제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