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료 확보難…뛰는 中·日, 뒷짐진 韓

입력 2021.04.09 06:00

원료가격 상승과 아프리카 내정 불안으로 이중고
중·일은 국가간 협력 추진하지만 한국 정부는 뒷짐

배터리 업계가 주 원료인 코발트와 니켈·흑연의 공급망 확보 문제로 이중고를 겪는다.

광물의 주요 원산지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등 아프리카인데, 내전과 치안문제로 인한 정국 불안정으로 안정적 원료 공급 받기가 어렵다. 원료 가격이 급상승한 것도 부담이다.

아프리카 주요국 정부는 광산채굴권 등 영향력을 확장한 중국, 일본 등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정부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원 확보에 에로사항이 상당한 셈이다.

코발트 합성 배터리를 들고있는 SK이노베이션 연구원 모습 / SK이노베이션
코발트와 니켈은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주요 원료다. 전지 1개당 코발트는 15~30%내외, 니켈은 50~70%내외 정도로 사용되는데, 2020년부터 본격화된 전동화 시대 흐름에 탑승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관련 기업은 코발트·니켈의 빠른 가격 상승에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2020년 4월 1톤당 1만1400달러(1273만원)선이었던 니켈은 4월 7일기준 1만6600달러(1854만원)로 올랐다. 코발트 역시 동기간 3만달러(3351만원)에서 5만달러(5585만원)로 2배 가까이 뛰었다.

가격도 문제지만 공급망 리스크는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한다. 아프리카는 내전과 군벌 간 세력싸움 등으로 고질적인 정국 불안이 만연한데, 기업 1개에서 부담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만 전세계 43%가 매장돼 있다. DR콩고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따른 질병 이슈와 민간과 군부 간 키부 분쟁 등 혼란이 큰 국가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의 글렌코어 등 규모가 큰 기업들은 자체 공급망이 크다보니 아프리카 쪽 리스크가 있어도 자체 체력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중국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지원해 사업이 수월한 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코발트 산지인 DR콩고에 대한 시장조사나 민간업체 간 계약도 리스크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코발트 산지나 아프리카 내 운송과정에서 리스크 발생시 국가의 지원하거나 해결안이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등 운송중 애로사항이 더 추가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하이니켈 배터리로 인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배터리 원료인 니켈 / 글렌코어
해외 각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급성장에 맞춰 핵심자원 확보와 산지 영향력 증대에 힘쓰는 중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코발트 등 주요 핵심 원자재 광산의 소유권을 보유한 상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21년 1월 DR콩고를 방문하며 차관 일부를 탕감해주는 등 절대적 우방으로 자리매김했다.

EU의 경우 꾸준히 환경 ODA(개발도상국 개발을 위한 공적개발원조)로 아프리카 내 국가와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 유럽개발기금은 DR콩고에 6억2000만유로(8000억원) 규모의 원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은 JICA(일본 국제협력기구)를 통해 도로건설 분야에 연평균 4000만달러(446억원) 수준의 원조를 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19년 강경화 장관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남아공·가나·에티오피아)을 제외하면 뚜렷한 아프리카 내 영향력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 핵심인사의 DR콩고 방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문이후 맥이 끊겼다. 해외사업을 담당했던 광물자원공사는 경영난과 자본잠식을 이유로 소유했던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이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2020년 7월 9일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DR콩고의 코로나19 대응력과 피해 회복력 제고를 위한 사업을 펼치기로 했지만, 자원 확보와 관련한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

한국 정부 차원의 업계 고충 해소 활동도 빈약하다. 가격 정보 등 동향을 공유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광물자원공사 차원에서 해외 직접사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민간지원 형태로 돌아서며 사정이 달라졌다"며 "공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한 후 9월 새로운 조직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기존 공사의 역할 역시 남아공 주재 연락관을 통해 진행한 시장 조사나 광물가격 관련 정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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