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지만,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성적을 낸다. 삼성은 웨어러블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인의 애플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중국 제조사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다.

일반적으로 웨어러블 기기 구매자는 스마트폰과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곤 한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만큼, 호환성이 좋아야 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로만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갤럭시워치3(왼쪽)와 갤럭시 버즈 프로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갤럭시워치3(왼쪽)와 갤럭시 버즈 프로 /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의 웨어러블 시장 순위는 애플과 중국 업체 샤오미·화웨이 등에 뒤진다. 시장조사업체 ADC가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에서 삼성이 차지한 점유율은 9%(4위)다. 1위인 애플(34.1%)에 4분의 1 수준이다. 샤오미와 화웨이는 각각 11.4%, 9.8%로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2020년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은 7%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애플(31%)과 샤오미(12%)에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이다. 애플은 2020년 신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았는데, 신제품 2개를 출시한 삼성 점유율보다 더 높은 시장을 가져갔다.

2020년 무선 이어폰 시장은 호황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환경이 구성되며 수요가 확 늘었다. 삼성은 최초로 두 종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렸지만, 2019년(6%)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작년 무선이어폰 시장 규모가 확장했지만, 주로 판매된 제품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10만원대 이하의 중저가 제품이었다"며 "삼성의 경우 고가 무선이어폰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점유율이 기대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무선 이어폰 초기 시장 장악력도 부족했다. 김혜림 한국ADC 연구원은 "애플은 2016년 아이폰7을 출시하며 기존 3.5㎜ 헤드폰 잭을 없애고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으로 대체해 아이폰 사용자가 에어팟을 구매하도록 유인했다"며 "반면 삼성은 2019년이 돼서야 갤럭시노트10 출시 때 이어폰 단자를 제거해 시기상 한 발 늦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삼성의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9%다. 애플이 33%로 1위, 화웨이가 11%로 2위였다.

삼성이 스마트워치 가격을 다양화하고 키즈 워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은 보급형 모델 애플워치SE 출시로 고객을 유입했고 중국 브랜드들은 중저가대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했지만, 삼성은 여전히 프리미엄 라인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키즈워치가 전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삼성은 관련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는 삼성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한다.

김혜림 연구원은 "애플 기기와 자체 개발한 iOS 조합은 OS 생태계 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 효과가 있다"며 애플의 시장장악력을 평가했다.

박영선 인턴기자 0s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