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戰 승기 잡았지만 '입꾹닫' 바이든에 초조한 SK

입력 2021.04.09 06:00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소송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현지시각 11일)이 3일 앞으로 임박했다. SK는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분쟁의 핵심인 영업비밀침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어 초조한 입장이다.

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나도록 매일같이 미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전을 벌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SK이노베이션
SK는 최근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청(EPA) 청장,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 등 관련 인맥을 총동원해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설득에 나섰다. 김준 총괄사장과 김종훈 이사회 의장도 미국을 방문해 ITC 결정에 의해 미국 공장을 철수할 위기에 놓였다며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로부터 조언을 받아 다른 내부 인사들을 통해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막판까지 예상할 수 없다. SK가 미국 사업을 접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고용 정책과 전기차 활성화를 포함한 친환경 산업 정책이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중국 업체로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도 이런 이유로 기대를 놓지 않는다.

하지만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ITC가 설립된 1910년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미국이 그동안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ITC 판결을 뒤집을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배터리를 비롯해 자국 내 주요 산업·소재 공급망을 재점검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번 ITC 판결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도 한 적 없다.

LG 관계자는 "ITC에서 포드와 폭스바겐에 각각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준 것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준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SK는 미국 사업을 접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고용 정책과 전기차 활성화를 포함한 친환경 산업 정책이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중국 업체로의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SK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대응은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뒤집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고, LG는 이를 빌미로 SK에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SK은 최악의 경우 미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이미 투입된 설비는 헝가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LG에 넘기는 합의금이 그동안 공장 건설에 투자한 매몰비용보다 크다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SK은 최근 ITC 배터리 특허 소송 예비결정에서 승기를 잡으며 LG 배터리 사업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SK는 LG가 제기한 분리막 특허 소송이 경쟁사 발목잡기에 불과했다며, LG가 SK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올 경우 LG 배터리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K 관계자는 "LG가 승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표 특허로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한국 특허법원에 이어 ITC가 특허 무효 또는 비침해 결정을 내린 것은 SK 기술이 LG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건도 실체적 본질에 대해 검증하고 판단했다면 충분히 다른 결정이 나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ITC 배터리 특허 소송 예비 결정이 소송 본질을 통한 정상적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끝까지 항소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SK 관계자는 "LG가 시작한 ITC의 모든 소송에서 끝까지 정정당당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이것이 LG의 발목잡기식 소송으로부터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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