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투자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산업 내 업권법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업권법이란 영업이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법을 일컫는다. 사업자와 소비자 보호 등 산업 성장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9일 ‘가상자산업권법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문가들과 국내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업권법 제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장,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균형 안맞는 특금법과 업권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산업 육성보다는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정하는 법이다.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반면 업권법은 산업의 권리 및 건전할 발전을 장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날 특금법과 업권법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명확한 지침을 밝힌 일부 해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특금법을 개정하면서도 제도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며 "이는 새로운 혁신 가치의 유용성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혁신을 장려하되, 위험은 관리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업권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의 길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도화 단계를 밟기 위해선 ▲가상자산 정의 및 유형분류 ▲규범체계 편입 ▲ 글로벌 신규범체계 논의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업권법서 주요 용어는 현재 제정된 특금법상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업 역시 매도·매수, 교환, 보관·관리 등 행위를 세부적으로 고려해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진입규제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특금법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규정하는데, 이를 업권법과 어떻게 규율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기본적으로 특금법상의 신고 내용을 반영하되, 해당 사업에서 자금세탁방지 필요성이 있는 경우 특금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추가적으로 충족해야 신고를 수리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해외는 제도화 봇물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은 제도화를 통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미국은 이미 2017년부터 선물거래를 인정했고,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 및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지급결제 업무를 가능토록 열어뒀다.

프랑스는 기업성장변화법 제정을 통해 ICO(가상자산공개)를 사실상 합법화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프랑스 금융시장청 승인을 받으면 유틸리티 토큰의 공모형 ICO를 진행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에 해당하는 자금결제법에 ‘암호자산교환업’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이용자 보호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규정도 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해외 사례를 참고삼아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프랑스 규제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DASP)에 여러 영업행위 규칙을 부여하면서도 인가된 DASP 예금계좌 및 지급서비스에 대해 충분하고도 포괄적인 접근권한 불허시 그에 대한 항변 절차 및 기한을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상자산 업권법에서도 규제와 사업자의 권한이 조화롭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용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해외 사례에 비춰보면 고객 자산에 대한 안전한 보관의무와 보안시스템 구축 및 관리의무, 손해배상 관련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 규정 도입도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특금법은 가상자산에 대해 분리보관의무가 규정되지 않은 상태고, 고객의 예치금과 사업자 고유자산만 분리보관토록 되어있다"며 "해외 입법례나 자산 보관의 중요성에 비춰볼때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자산 전부에 대한 분리보관 의무가 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