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쿠팡이나 이마트, 11번가 등 유통 기업의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는 관심이 크다. 반면, 대형 서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책을 팔아 돈을 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유튜브 동영상, SNS 등 볼거리가 늘면서 종이책은 외면 받기 일쑤다. 대형 서점에 갖는 관심보다는, 종이책 자체의 존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더 많다.

하지만, 책은 돈이 된다. 많은 돈을 벌기는 어려울지라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읽을거리를 찾는, 지성을 갈구하는 움직임은 인류의 본능이다. 책을 읽고 배우고 지식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책의 수요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주요 서점의 매출액은 많이 늘었다. 집에서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으려는 소비자 덕분이다. 책이 돈이 되지 않는다면, 수천여개에 달하는 출판사가 있을리도, 새 출판사가 생길리도 없다.

이처럼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혜를 누리는 것은 업계 1등 서점들이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감시 시선은 여타 유통업계보다 적다. 자연스럽게 책의 안정적인 수요와 이익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의 업계 최강자들에게만 쏠린다.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오프·온라인 1등 서점이다. 이들은 도서 시장에서 확보한 지위를 써서 수요와 이익을 더욱 많이 가져가려 한다.

교보문고는 도매업에 진출했다. 규모가 크니, 출판사에게 책을 공급받을 때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싸게 공급받아 비싸게 팔 수 있다. 중소 출판사는 가격 압박을 받게 된다. 도서 정가제 덕분에 가격 출혈 경쟁 우려도 없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에 반품하면 된다.

예스24는 안전한 서점 비즈니스를 그룹 최고경영자 일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핵심 사업 가운데 물류의 상당 부분을 최고경영자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맡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두고 특수 관계인의 부당 지원 행위가 있고, 시장의 공정 이익을 저하했다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안전하게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독과점 상황에서, 감시의 시선이 소홀한 틈을 타 경쟁자의 기회를 빼앗아간다.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주하고, 시장의 건강한 성장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물론 업계 상생과 생태계 구축도 먼 이야기다. 한국 도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책은 지식의 보고(寶庫)다. 감성과 낭만도 채워주는 문화 상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통 기업 수준의 어쩌면 그보다 엄격하게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 정부의 날카로운 감독과 함께, 책을 읽고 소비하는 독자도 견제의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