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고액의 ‘배달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배달 전문기업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간다.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3위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 핵심 서비스 ‘한집 배달'을 도입해 방어전에 나섰다.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와 5만원 피크타임 보너스 배너. / 쿠팡이츠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와 5만원 피크타임 보너스 배너. / 쿠팡이츠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12일 배달 파트너(라이더)를 대상으로 최대 5만원의 ‘피크타임 보너스’를 제시했다. 평소 1만원이던 보너스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배달 수요가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대에 회사가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면 배달비와 별도로 최대 5만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쿠팡이츠의 피크타임 보너스 이벤트는 자주 진행되는 편이다. 쿠팡이츠는 배달원 대상으로 2일 최대 2만2000원을 내건 이벤트를 열었고, 이후 거의 매일 라이더의 수익을 높이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주말 뿐 아니라 평일 ‘피크타임 보너스’ 이벤트를 열며 배달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쿠팡이츠는 출범 초기부터 소비자들에게 내세운 키워드인 ‘한번에 한집만 빠르게 배달한다'를 실현하기 위해 경쟁사 대비 높은 1만원의 피크타임 보너스를 지급해 라이더를 확보해 왔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피크타임 라이더 확보가 고스란히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한다. 라이더 숫자가 한정돼 있는 만큼 배달 수요가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대 라이더를 투입하지 못하면 곧 바로 경쟁 플랫폼에 배달 수요를 뺏길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투자 공세가 무섭게 느껴진다"며 "이 속도로 성장한다면 시장 1위 고지 확보도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6.2%를 기록했던 쿠팡이츠가 현재 점유율 두자릿수로 올라갔다고 평가한다. 배달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일대에서는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50%를 넘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는 2020년 1월 2%였던 서울·수도권 쿠팡이츠 배달앱 순방문자가 2021년 2월 2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월 59%에서 2021년 2월 53%로 6%포인트 하락했다. 2위 요기요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9%에서 27%로 무려 12%포인트 하락했다. 쿠팡이츠가 1·2위 기업의 점유율을 고스란히 뺏았다.

배민 라이더스 캐릭터. / 우아한형제들
배민 라이더스 캐릭터. / 우아한형제들
3위 쿠팡이츠의 매서운 시장 점유율 상승에 위기를 느낀 배민은 쿠팡이츠와 같은 ‘한번에 한집 배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달 속도 경쟁력을 확보해 1위 지위를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2일 점주 대상 홈페이지 '배민 사장님광장'을 통해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1·one)'을 6월 선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먼저 배민원 서비스를 론칭한 뒤 순차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원' 서비스 안착을 위해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중개수수료 1000원 정액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쿠팡이츠 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금도 수수료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1·2위인 배민과 요기요는 1명의 배달 라이더가 여러 주문을 묶어 한꺼번에 배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로부터 배달 속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쿠팡이츠는 배달 라이더가 한 번에 한 건의 주문만 처리해 경쟁사 대비 절반쯤의 빠른 배달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의 단건 배달 시작으로 배달업계 속도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