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984년 설립 이후 37년만에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업분할에 나선다. 기존 SK텔레콤 조직을 신설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하며 인원도 나눈다. 각 회사가 담당하는 사업 분야 가치를 끌어올린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텔레콤
SKT, 인적분할로 두 회사로 나뉜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임직원과 소통하고자 마련한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자사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로 존속 회사인 ‘인공지능(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와 신설 회사인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로 나뉜다.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가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통신과 반도체, 뉴 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하게 평가받겠다는 목표다.

SK텔레콤 측은 "국내 1위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 구조와 투자 기반을 갖추겠다"며 "반도체와 뉴 ICT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주에게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 투자 선택권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신 중심의 존속회사와 신사업 중심의 투자회사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존속회사)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면서 5세대(5G) 이동통신 1등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 서비스 등이 대표 산업이 된다.

SK텔레콤 측은 "AI는 SK텔레콤의 서비스, 상품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며 "인적분할 후에도 SK ICT 전 영역을 이끄는 코어 기술로 자리 잡게 된다"고 밝혔다.

존속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 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지속해서 투자해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ICT 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도체 강국 위상을 강화한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또 원스토어, ADT캡스 등 뉴 ICT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수익 창출-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은 생활 전반의 편의를 제공하는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신설회사와 SK㈜ 합병설 ‘부인’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는 "합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하면 신설회사와 SK㈜가 합병해 총수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신설회사의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돼 주주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SK텔레콤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SK텔레콤은 이번 분할로 주주가 SK텔레콤 존속∙신설회사의 사업 성과와 투자 현황을 분명하게 파악하면서 개인 성향에 맞게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여러 기회를 마련해 주주와의 소통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타운홀 자리에서 임직원에게 "지금까지 구성원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다"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