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월 18일 전 국민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문했을 때 안심하고 수기명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개인안심번호’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문서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지만,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 논란이 심해진 후 숫자 4자리와 한글 2자리로 구성된 총 6 글자의 고유번호로 이뤄진 ‘개인안심번호'를 도입했다. 개인안심번호는 네이버나 카카오, 패스 등 앱의 QR체크인 화면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정부는 개인안심번호 도입 당시 수기명부만 관리하는 다중이용시설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도입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9월 기준 전국 다중이용시설 3만200개소 중 수기출입명부만 사용하는 곳은 42.5%였다. 다중이용시설 10곳 중 4곳은 QR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이 ‘개인안심번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업주도 방문객도 ‘개인안심번호'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주변 카페나 식당 방문 시 수기명부를 살펴봤는데, 두달 간 개인안심번호를 사용한 이는 거의 없었다. 관련 정보에 대한 홍보가 너무 적어 종전처럼 전체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개인안심번호 도입 두 달쯤이 지난 4월 8일에서야 수기명부에 연락처를 적는 칸에 원칙적으로 개인안심번호를 적도록 권고했다. 수기명부 작성 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

9일 개인정보위원회는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선정한다는 내용인데, 우수 사례 중 하나는 ‘개인안심번호 도입'이었다. 현장에서 ‘개인안심번호'의 존재 여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개인안심번호는 특성상 QR체크인 화면에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다. QR코드 사용 자체를 어려워하는 어르신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숙제도 있다.

개인안심번호를 도입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우수사례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미흡하다. 국민이 개인안심번호를 인지하고 적극 활용하는 단계가 돼야 칭찬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정부가 자기들끼리 ‘셀프 칭찬’하는 것으로만 비춰진다.

정부는 개인안심번호 활성화 이후 박수를 받아도 늦지 않다. 적극행정이 공무원들의 공치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