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갑질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주 시중은행 한 지점장이 대출을 신청한 여성 고객을 사적인 술자리에 불러 물의를 일으켰다. 해당 금융그룹 측은 사건을 인지하고 관련자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대출 갑질은 비단 해당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중은행은 그동안 합리적 이유 없이 대출 고객의 성별과 장애, 나이, 학력 등을 이유로 수수료나 금리·대출한도 등을 차별해왔다.

갑질의 역사도 깊다. 2012년 감사원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 갑질을 지적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일이 4년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은행은 개인 대출 신청자를 대상으로 학력에 따라 신용도 점수를 차등 적용했다. 당시 대출 거절 고객 중 3분의 1 가까이가 학력을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했다.

대출을 빌미로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이른바 ‘꺾기'도 여전하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출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67만7000건의 대출 가운데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가입한 건수는 22만8000건이다. 대출 3건 중 한 건은 끼워팔기를 한 셈이다. 은행법상 고객 의사에 반해 예·적금 등 은행상품의 가입을 강요할 수 없지만, 은행들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을 이용했다. 서민은 생계를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갑질을 막을 제도를 도출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제도가 올바르게 시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는 책임 또한 막중하다. 금융권의 오랜 악습이 뿌리 뽑히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는 지표가 명확한데도 손 놓고 있다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폐업의 갈림길에서 눈물을 머금고 공적 재원을 활용하려는 대출자에게 갑질과 끼워팔기를 하는 시중은행 행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지금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출자에게 필요한 건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따라주는 한잔 술이 아닌 금융지원책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