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활기를 띈다. 주류 시장 진입을 위한 역사적인 첫 발을 뗐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비트코인은 최근 81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세계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여전히 투기 수단으로 보고 경계하는 눈치다. 탄력을 받은 가상자산이 주요 투자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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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통화당국 "가상자산은 거품"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통화당국이 시장 억제에 나섰다. 가상자산을 여전히 투기 수단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인베이스 상장 당일 "가상자산은 아직 결제수단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며 "투기 수단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파롬 의장의 비트코인 저격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패널 토론회에서도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커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달러화보다는 기본적으로 금의 대체재인 투기적 자산에 더 가깝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가상자산이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데는 제약이 아주 많다"며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2월에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두고 ‘이상 급등’이라고 표현하며 "가상자산에 내재 가치가 없는데 왜 오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당국이 말하던 말던 "가상자산에 장기투자"

시장에선 통화당국 수장들의 이 같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금이 몰린다. 실제 가상자산은 이들의 말 한 마디에 7000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이내 8000만원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양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를 권한다. 월가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했다가 현재는 투자회사 갤럭시디지털을 이끄는 마이크 노보그라츠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에 곧 조정기가 올 테지만, 이 기간만 지나면 가상자산은 다시 순항할 것이다"라며 "특히 비트코인은 연말까지 10만달러, 오는 2024년까지 50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다"라고 했다.

최근 비트코인 선물 투자를 시작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대표도 가상자산 시장을 낙관했다. 그는 "가상자산이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를 대체할 순 없다"면서도 "이 밖에 훌륭한 자산군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블랙록도 가상자산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미국 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은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훨씬 더 많이 오를 것이다"라며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형성될 것이다"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몰리고, 그에 따라 공급이 한정적인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상자산 흐름에 대해 "테크 기업들이 비트코인 투자의 포문을 열면서 금융사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제도권 편입과 자산군 편입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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